하우스 와이프 1

있잖아, 나는 말이지 - 하우스에서만 와이프 @ home

by 방자

결혼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이 뭐지? 내가 결혼을 한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나를 찾아온다. 주변 사람들은 너는 결혼 같은 건 하지 않을 줄 알았다고 말했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은 결혼했다는 걸 밝힐 때마다 아직 결혼 안 한 줄 알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쓰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게 미스나 골드 미스의 어떠한 특징이 있을 거라 상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그게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지는 못하다. 결혼을 안 할 것이라 확신했던 건 아니지만 실은 나도 내가 결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을 해서 낯선 누군가와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대하여 별생각이 없었고, 그에 따라오는 여러 번거로운 절차들이 불필요하다는 생각만은 확고했다. 그래서 결혼은 했는데 결혼식은 하지 않았다. 같이 살려고 집을 얻으려다 보니 번거로움보다 혜택이 커 혼인신고는 했지만 나도 나와 함께 사는 그도 혼인 신고를 한 날짜가 언젠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작년 2월이었으니, 어느덧 결혼을 한 지 1년이 넘었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고 운 좋게 생각이 비슷한, 적어도 이러한 것들을 함께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함께하게 되었다. 아직 낯설지만 내가 결혼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결혼식을 했다거나 혼인신고를 해서가 아니다. 서로의 감정에 의한 관계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훨씬 더 밀착된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이 생각보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다들 결혼을 인륜지대사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달까. 결혼은 개인의 삶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의 몸을 섞고 보듬는 데다 온갖 일상사를 함께 처리해야 하는 결혼 생활이 사랑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사랑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장하진 않을 듯하다. 사회적 통념에서 사랑은 구속, 희생이라는 개념과 너무나도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살며 대부분의 일상사를 함께 처리해야 하는 부부에게 그것들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며 떼어 버리기엔 너무나도 큰 유혹이다. 그 구속과 헌신에 대한 유혹이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커다란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사람들이 왜 그렇게 파트너의 외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억울해서가 아닐까? 신성함으로 포장된 결혼 서약에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만을 사랑하겠다는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조항이 붙는다. 세상에 어느 누가 미래를 알겠으며 자신의 몸도 아닌 마음을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자신을 무디게 만들어 약속을 지키려 노력해 왔거늘 나의 배우자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나만큼 노력하지 않고 딴 사람과 놀아났다는 건 (당사자에게는 그게 진정한 사랑이든, 불장난이든 배우자에게는 놀아남보다 더 적당한 표현이 없을 듯하다) 상대방이 상호 합의한 구속의 틀을 멋대로 깨버렸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나만 바보같이 희생당했다는 것이다. 생계의 공동 책임과 육아 등 새롭게 꾸려진 가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의 처리로 조급하고 버겁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배신감이 클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저 관계 속에서 즐기고 희생하지 않았다면, 혹은 희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슬프거나 아쉬운 것이 아니라 분노하게 될까? 그리하여 나는 결혼을 사랑의 결실이 아닌 신뢰 놀이의 시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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