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_ homo eruditio #1
프로페셔널의 조건 _ 피터 드러커 지음 / 2001 / 청림출판
지구에 온 지 100년이 넘은 사람이 쓴, 출판된 지 20년이 넘은 책이다. 책이 출판되던 2000년에는 아이폰도 없었고, 유튜브, 전기차도 없었다. 심지어 몇 해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저자는 그때 이미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저자가 쓴 세상은 그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포함한다. 아마도 그 통찰이 그가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 것들, 혹은 나 같은 중간 것들도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2021년에 이 책을 처음 읽었고, 2022년에 신입사원 학습코칭을 하면서 스터디 도서로 활용했다. 물론 20대 중반이 생각하는 세상과 전문성은 책 혹은 나의 관점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잘 살아가는 데 있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 중 그 누구도 그들의 조부모가 자랐고, 부모가 태어났던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살아 본 적이 없는 1750년에서 1900년 사이, 150년 동안 자본주의와 기술은 지구를 정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창조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산업 혁명이라 부른다. 1880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지식은 존재하는 것(being)에서 활용하는 것(doing)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했고, 작업과 업무에 적용되었다. 피터 드러커는 그것을 생산성 혁명이라고 했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식이 지식 그 자체에 적용되면서 소위 경영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는 세상에서 지식의 기능과 위치가 변해왔음을 의미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주목해 보자. 상상하기 어려운 소크라테스 시절의 지식의 유일한 기능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지식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변화를 _ 자각하고 있는가?
만약 그대가 노동의 대가로 수익을 얻는 근로자라면 지금 팔고 있는 것이 그대의 시간인지, 육체적 힘인지, 혹은 지식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아마도 맡은 일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가, 그 일을 더 현명하게 해 낼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서 비롯될 것이다. 물론 주어진 배경(집안 환경, 학력 등)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을 만나고 보니 교환가치로서의 인간의 시간과 육체적 힘이 얼마나 쉽게 기술과 기계에 대체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대체될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그저 소비자와 자본가로 남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결국 근로를 해야 한다면, 인간의 쓸모는 지식의 활용을 통해, 심지어 재능에 있어서도 얼마나 지식을 활용하여 재능의 가치를 높이고 차별성을 돋보일 수 있느냐에 의해 빛을 발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자, 우리의 미래이다.
“성과를 올리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실행 능력뿐이다. 실행 능력은 하나의 습관이다.”
꼭 자신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어도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명료화하고, 삶을 더 깊게 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번 사는 세상, 전문가의 경지에, 장인의 정신에 도전에 해 보는 것은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맡은 일에 기여하고 성과를 낸다는 의미이다. 그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학습, 훈련, 경험, 관리가 필요하다. 책에서 제안하는 프로페셔널로서의 자기 관리는 자신의 직무, 업무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리더십을 발휘하는 법과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방법, 경영 혁신의 원리와 방법 등을 포함한다. 또한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당연히 이러한 것들이 단시간의 정보의 습득만으로 내재화되고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그것이 내 삶에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관점과 적극적으로 삶 속으로 끌어들여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태도가 우리를 지식을 쌓고 활용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의 길로 안내하지 않을까.
디지털혁명과 정보혁명으로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자 우리는 많은 것들을 기계에 위임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어느 누구도 핸드폰 번호를 외우는데, 내비 없이 길을 찾는데 본인의 지적 능력을 쓰고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아껴진 시간들은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일부는 그 시간을 자신을 계발하는데 쓰고, 일부는 그 시간을 자신을 소비하는데 쓴다. 물론 둘 중 하나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주로 계발하는 사람들이 프로페셔널이 되어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간다면,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서게 될까? 나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인류의 미래를 응원한다. 하지만, 지식과 성장 없이 그저 소비의 주체로만 남은 인류의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지식은 돈처럼 비인격적 존재가 아니다.
지식은 자료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사람 속에 구현되어 있고,
사람이 가지고 다니며, 사람에 의해 창조되고 증대되거나 개선된다.
지식은 사람에 의해 적용되고, 사람에 의해서 가르쳐지고 전달되며,
사람에 따라서 잘 이용되거나 잘못 사용되어 지곤 한다.
따라서 지식 사회로의 이동은 사람을 사회의 중심에 위치하게 한다.
- 프로페셔널의 조건 中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식 근로자는 왜 지식을 이용해야 하는가? 지식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방법으로 성과를 올리는가?
나는 어떻게 배우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잘하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혼자 일하는 스타일인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에 있을 때 일을 잘할 수 있는가?
나는 거대한 조직의 작은 부품으로서 존재할 때 가장 일을 잘하는가? 아니면 작은 조직의 최고로 대접받을 때 가장 일을 잘하는가?
나는 의사결정자로서 결과를 얻는가? 조언가로서 결과를 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