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일 년을 꼭 채운 여행에서 남은 두 달,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내게는 벌써 곧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어쩌면 방향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있는 동유럽에서 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길은 멀어진 시차를, 거리를 줄여가는 여정임이 분명함으로. 내일 인도 뭄바이행 비행기에 오르면, 남은 여정은 인도에서의 한 달, 그리고 스리랑카에서의 한 달이다. 곧 집으로 간다라는 인지는 설레고 두렵고 약간은 걱정되지만 그립고 희망차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켰다. 곰곰이 지난 10개월의 여행 동안 무엇을 얻었고, 돌아가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나는 내가 원하던 만큼 충분히 두려움을 버렸는가? 자유로워졌는가?
솔직히 모르겠다. 그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였는데. 머릿속에 자유도 성취 그래프 따위는 그려지지 않는다. 보일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고 싶은 내 마음을 외면한 채, 나는 뿌연 무(無)의 공간에서 진실을 알고자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기분이다. 두려움과 두렵지 않으려는 노력을 양손에 잡고.
그래서 나는 최소한의 미련을 부려보기로 한다. 돌아가기 전,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 보리라. 내가 하기로 결정한 무언가는 글쓰기이다. 물론, 지난 삼 년 동안 매년 단편의 여행기 쓰기와 독립출판을 진행해왔으므로 글쓰기가 새롭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이번엔 특별히 소설을 쓰기로 했다. 이것은 내게 여럿의 의미가 있다. 유난히 사랑하는 (어쩌면 현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나의 이야기를 내려놓고 타인의 삶을 상상해 보는 것, 거기에 나를 투영해 보는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혹시 아는가? 내가 소설 쓰기에 재능이 있을지도. 그럼 고민하던 한국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서툰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은, 나의 소설은 아니다. 초짜 작가의 소설 쓰는 이야기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소설은 여행자의 집 네 번째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위해 남겨둬야 하므로. 이 브런치 매거진에서는 앞으로 남은 나의 두 달 여행과 소설 쓰기의 감상, 일기를 쓸 예정이다. 스스로 다짐을 지키기 위해 공표해 보자면, 나는 뭄바이에 도착하는 모레부터 아침 혹은 저녁으로 시간을 내 하루 A4 한 페이지씩 꼬박꼬박 소설을 쓸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 못다 한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내 이야기이자 내 여행 글쓰기, 그리고 소설 쓰기의 감상을 이 곳에 부지런히 공유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의 소설을,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를 궁금해하길 소망하며.
나의 상상은 벌써 시작되었다.
내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나보다 더 거침없이 잘할 수 있을 내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은 이단아이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여행 초짜인 그녀를, 나는 세상에 던져 보련다. 꿈과 희망을 담아.
<2016.11.29. 이스탄불에서>
*본 매거진은 16년 12월~17년 1월에 걸쳐 사나흘에 한 글씩 업로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