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자기계발 (4)
오랜만에 친구랑 한 시간 가량을 통화했다. 그 친구는 20살 때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사장에게 임금을 받지 못해서 내가 노동청에 신고해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아준 친구였다. 친구는 그때가 기억나냐며 지금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과 매우 달라졌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사업에 매달려왔던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친구는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 사업만 있는 듯했다. 봄이 오면 벚꽃 축제에 나가 레모네이드를 팔았고, 여름이 오면 바닷가로 나가 칵테일을 팔았다. 한창 지팡이 아이스크림이 유행했을 땐 아이스크림을 파는 대신, 전국 판매처에 유통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 겨우 이십 대 초중반이었을 테다.
레모네이드 하나도 그냥 파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우선 사람들의 눈에 띄어야 할 것 같아서 레몬즙을 짠 레몬 껍질들을 좌판 위에 산처럼 쌓아놓았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뭐야? 뭐야? 하며 한잔씩 주문했고, 간판이나 가격표보다 더 큰 홍보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랬던 친구가 현재는 음식점을 운영 중인데, 현재는 지금과 같은 매장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대학가에서 포장마차로 시작하여 금세 입소문이 났고, 티브이 프로그램 '밤 도깨비' 부산 편 맛집으로도 소개되기도 했다. 포장마차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그리고 네 개가 되었을 때 친구는 상가를 얻어 첫 번째 포장마차를 가게를 옮겼다고 한다. 그렇게 돈만 모으면 이동을 하고, 돈만 모으면 확장을 해가면서 가게의 수는 총 네 개까지 늘었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탄탄대로 하게 성장해간 것 같지만 정작 스스로는 너무 급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기본기가 없어 재구매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한다.
친구가 생각하기에 사업의 기본적인 방향은 1. 가게를 알리고 2. 가게를 찾아오게 하고 3. 시험 구매를 하게 되고 4. 재구매를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SNS에서도 인기였기에 3번 시험 구매까지는 쉬이 이루어지나 한번 맛을 보고 재방문하는 사람들은 기대보다 적었다고 한다.
고민에 빠진 친구는 그때 가게를 친한 동생에게 모두 넘기고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새로 가게를 오픈한 친구는 매일 0.1%씩 개선점을 찾았다고 한다. 손님이 식사를 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머리끈을 올려둔다거나, 기다리는 동안 심심할 수도 있으니 매장에 오락기를 둔다거나, 매장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손님과 매장을 더 잘 돌볼 수 있으니 직원을 더 챙기기도 하고, 노래 선곡 하나까지 전체적인 부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다분히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당시엔 유튜브도 되어있지 않고,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직접 부딪혀 배워가거나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 친구는 매일 0.1%씩만 개선해간다면 100점짜리 매장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친구는 매장을 가꾸면서 더 나아질 방향이 없는지 고민했고, 이제는 월세 60만 원 대 (지방이라 월세가 저렴하다.) 매장에서 순수익 3천만 원이 나온다고 한다. 그 작은 가게에 주말 웨이팅이 400팀까지 있다고. 네이버 블로그로 검색을 해보니 체험단이나 원고 글이 아닌, 정말로 친구의 가게를 방문하고 만족스러워 후기가 올라온 티가 난다.
친구는 자신의 사업에서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하나둘 씩 해결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일 테다. 통화로 이야길 하면서 스무 살 때 시시덕 거리던 친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친구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더 대단했다.
이제 매장은 일하는 사람들로 돌아가서 안정적이라 자신은 남는 시간에 더 공부를 한다고 한다. 매장을 오토로 돌리고 그 시간에 자기계발에 더욱 투자를 하고, 다음 사업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친구는 자신이 반년에 한 번씩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일거다. 습관과 관념을 버리고 학습하며 변화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나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정진하는 이 친구가 존경스럽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매일 0.1% 씩 채우다 보면 금세 100%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피곤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오늘의 할 일을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