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타로샵

팔자에도 없지만 내 팔자인...

by 이욜리

검게 유지되던 시야에서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던 시점에서

들려야 할 파도 소리가 아닌 폰 진동 소리에 눈을 떴다.

가뜩이나 늦게 잠들어서 얕은 수면이라도 반가울 지경이었는데

흐릿흐릿한 시야에 힘을 주고 폰 화면을 봤다.


'선생님 헤어졌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ㅜㅜ?'


어린 친구의 메시지에 드디어...! 하며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빠르게 타이핑하기 위해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 메시지를 열었다.

대화 속도에 맞춰야 해서 최대한 빠르게 타자를 누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고 싶어요? 궁금한 점 있어요?'

'사실 헤어지고 나서 잘못했다고 울면서 빌어요ㅠ... 근데 마음이 약해져요...'


안돼


'혹시 재회운도 있을까요?'


아 안돼

몇 달을 카드에서 안 된다고 하고, 언니 같은 마음에 말리기까지 했는데

허무하다 허무해. 일단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다시 타이핑했다.


'재회하고 싶어요?'

'그건 모르겠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우는 이모티콘을 많이도 보낸다. 아닌데 아닌데....

'일단 카드 섞을게요. 근데 그래도 카드에서 안 된다고 하면... 재회 안 하실 거예요?'

'모르겠어요 일단 봐주실 수 있어요?'


아득하다. 그렇다고 카드가 어찌 나올지 모르니, 일단 섞는다. 펼친다. 뽑는다.


아... 아이고....


'휘말리지 말아야 하는데 휘말릴 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ㅠㅜㅠ이해가 안 돼요ㅜㅜㅜㅜ재회운이 안좋아요?'

내 입장에선 그렇지... 이 아까운 친구야...

'아뇨 재회가 보이는데... 오래갈 거 같진 않은데... 일단 재회운은 있어요. 걱정되는 건 남자친구

(아 전 남자 친구이지..)가 하는 말에 휘둘려서 재회하게 된다는 거예요'

'걔가 말을 잘해요... 저를 설득을 잘하더라구여 ㅠㅠ'


아닐걸...


그렇게 주절주절 카드에서 나온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다시 만나고 싶겠지... 외로우니까...

혼자 지내는 걸 못하니까...

20대 초반에 휘둘리는 거야 그럴 수 있지만 같은 실수는 안 했으면 좋겠어...

라고 언니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을 삼키고 카드에서 나온 말만 했다.

새벽 3시 조금 넘어서 일어난 일이다.


이렇게 작은 취미가 커져 팔자에도 없는 타로 상담을 하게 될 줄이야.

근데 이리도 적성에 잘 맞다니...! 그래 팔자인가 보다.


'다시 만나게 되고 혹시라도 힘들면 연락해요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으면 말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입금드렸어요!!!!'


완벽한 대답은 아니네 다시 자야겠다.

나만 찜찜했다. 이렇게 몰입하면 안 되는데... 안되는 건데... 괜히 감정소비를 한 걸까 내가?

근데 헤어졌어야 했는데...

아닌데.. 다시 만나면 안 되는... 데...


새벽 3시 넘어서, 4시가 안 되던 시간에 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