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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n 13. 2022

시란 뭘까?

교육에 관한 성찰



시란 뭘까?

                    - 김라윤


이게 시일까?

저게 시일까?

뭐가 시인지

누가 정할까?


시를 쓴 사람이

시라면 시지.

내 시는 흥얼흥얼 노래가 되지.

내 시는 고민고민 생각을 주지.


이 시에는 사연이 많다. 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웃으며 등교했다가 울면서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체험학습 때문에 하루를 결석하고 주말 지나 등교한 날이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결석으로 뒤쳐진 수업 내용을 쉬는 시간에 숙제로 내주셨다. 동시를 써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 아이는 열심히 써서 발표를 한다고 손을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건 시가 아니다’라며 집에 가서 다시 써오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국어책을 펼쳐놓고 울었다. 펼쳐진 종이 위에는 꼭꼭 눌러쓴 글씨를 지우느라 애쓴 아이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시가 뭔지 모르겠다고,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울다가 쓴 시가 바로 이 시, <시란 뭘까?>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다음 날도 선생님의 반응은 같았다. 이건 시가 아니라고, 의성어, 의태어를 넣어서 다시 쓰라고 했다. 아이는 '마토마토 토마토,’(잘 기억이 안 난다) 비슷한 시를 써서 통과를 받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화가 났다. 그것도 엄청나게. 내 아이의 신선한 말과 글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시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 전화해서 항의를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의 생각이 ‘그건 시가 아니다’라는 말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구구절절 설명을 하다가 엄마의 말인 나의 말로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이에겐 그야말로 신뢰로운 “second opinion”이 필요했다. 아이와 상의해서 평소 함께 즐겨 듣던 '어린이 라디오'에 시를 보내기로 했다. 사실 그래 놓고는 잊어버리고 지냈다. 그런데 학년이 바뀌어 3학년의 어느 날이었다. 아이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가지고 집에 왔다. 아이 이름으로 학교에 소포가 왔다고 했다. ‘어린이 라디오’에서 글을 올릴 때 적었던 학교 이름과 아이 이름만을 가지고 보낸 선물이었다. 아이와 유튜브에서 방송을 찾아들었다. 아이의 시를 낭독하는 목소리에 담긴 정성, 낭독을 마치고 보내준 큰 환호와 깊은 공감, 그리고 꼭 아이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 나는 생각했다. ‘이게 교육이지!’ '교육이 뭘까?’ 늘 고민만 하는 나이지만 그 순간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게 교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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