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정 Jun 22. 2022

넌 좋았어.

작별인사



“잠깐만, 매미 소리 아니야?”

하루아침에 여름이 왔다. 여름을 겨우 하루 산 도마뱀 레오가 죽었다. 기운을 차리는가 싶었는데 며칠 사이 악화됐다. 눈을 자주 감았고, 움직일 때마다 떨었다. 조금이라도 더 먹여보려고 아침, 저녁으로 피딩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는 나의 행위가 괴롭힘으로 느껴질 만큼 힘이 없었다. 자극에 대한 반응도 눈에 띄게 줄었다.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갈등했다. 오후에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레오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너무 슬퍼진다고 그동안 혼자 숨어서 울던 첫째 아이가, 샤워하다 말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레오였다. 아이의 몸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콧물이 흘렀다. 코가 막히고, 숨이 어긋나고, 가슴이 들썩거렸다. 아이 침대에 누워 아이의 작은 몸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나의 슬픔은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기울어져 갔다. 


그렇게 첫째의 곁을 지키고 있는데 둘째 아이가 달려왔다. 침대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저녁 식탁에서 “나도 슬퍼.”라고 말하던 둘째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가 마음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둘째를 다독였다. 나중에 남편을 통해 들으니 나와 첫째가 슬퍼하는 사이 둘째는 종이를 꺼내 뭔가를 썼다고 한다.  


    레오에게

    레오야, 이미 죽었지만 

    핸들링, 너랑 놀았을 때 

    꼭 기억할게. 

    넌 좋았어.  

    태율이가 


맞아, 레오야. 넌 좋았어. 나도... 꼭 기억할게.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력과 호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