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집사의 수컷선호 사상

by 윤소정
엄마, 나 민트 키우면 안 돼요?

요 녀석 어떻게 기억을 해냈지? 태율이가 지난가을 지인댁에서 만났던 야옹이 민트 이야기를 한다. "태율아, 누나는 강아지 두 마리 키울 건데 너는 야옹이 몇 마리 키울 거야?" 옆에 있던 라윤이가 다가와 묻는다. 둘이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라윤이가 나에게 요점 정리를 해준다. 라윤이는 브라운색 강아지 한 마리와 화이트색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울 거고, 태율이는 진저캣을 한 마리 키울 거라고 했다. 그리고 반달 모양의 눈을 하고 물었다. "엄마, 그래도 되나요?"


라윤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이야기 한지는 일 년도 넘은 것 같다. 사실 나도 결혼 전에는 아이가 생기면 반려동물을 한 마리 키우고 싶었다. 남편과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육아 전선에 뛰어들고 보니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싫고 좋고를 떠나 깜냥이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나중에 라윤이가 강아지 밥도 챙겨주고 씻겨주고 산책도 시켜줄 수 있을 때 키우자는 말로 상황을 모면해왔다. 그런데 역시 늘 고비는 아이가 두 돌 근처가 되었을 때 찾아오나 보다. 둘째는 절대 자신이 없어, 라윤이만 잘 키울 거야 라는 나의 다짐도 라윤이가 두 돌이 되었을 즈음 깨졌는데, 이번 생에 반려동물은 없을 거라는 그 막연한 다짐도 태율이가 두 돌을 넘기고 나니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가 반려동물을 한 마리 키우게 된다면 어떤 종류가 좋을까 혼자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수컷이 좋겠지.

내 안에 무심코 떠오른 답 앞에서 당황한다. 왜? 왜? 왜 수컷이 좋은데?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음… 관리가 더 편하잖아. '관리'라니, 가구나 소모품도 아니고 살아있는 존재한테 '관리'라니… 남아선호 사상과는 다른 결이지만 내 안의 수컷선호 사상과 마주친 순간이다. 생명을 품고 생명을 낳는 암컷의 생명력이 이렇게 취급되다니 내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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