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애기 엄마가 어쩜 그렇게 날씬해!
내가 듣는 외모에 관한 유일한 칭찬이다. 결혼 전에도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어서 종종 '날씬함'에 대해 칭찬을 받기는 했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는 정말 자주 듣는다. '아이를 둘이나 낳았음에도 불구하고'에 방점이 있는 것인데 솔직히 이런 칭찬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엔 그냥 "아니예요, 날씬하기는요."라고 대답했는데 그러고 나면 대화가 한동안 몸매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가령, 상대는 "아주 날씬한데요, 뭘."이라고 말하고, 그러면 내가 다시 "아니예요."하고 부정하고, "아니긴요, 날씬한데요."라고 답이 돌아오는 식이다.
그래서 육아가 버거웠던 언젠가는 "아이 키우는 게 힘들어서 자꾸 살이 빠지나 봐요."라고 대답했는데, 옆에 계시던 한 분이 "누구는 안 힘들어서 살이 찌나?"라며 말로 세게 꼬집으시는 바람에 그 대답도 쏙 들어가버렸다.
별 생각없이 한 말이 상대의 결핍감을 자극할 수 있겠구나 깨달은 이후부터는 오히려 내가 한 발 더 나간다. "그쵸, 제가 좀 말랐죠? 그런데 무릎도 안 좋고 허리도 약해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몸매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공감가능한 '통증'이라든가 아니면 '육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물론, 이런 식의 대답은 왠지 나 스스로에게 미안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얼른 "고맙습니다!"라고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말이다.
명상과 요가로 내 몸을 깊게 들여다보는 요즘, 지난 날 나의 날씬함, 특별히 출산 이후의 날씬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의식적으로 되짚어보니 출산 후 나의 날씬함은 일명 "유아식 다이어트"라는 아주 특별한 식이요법에 의한 것이었다. 두 아이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일로 분주했던 나는 아침을 먹지 않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따로 요리를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삶은 달걀, 오이스틱, 당근스틱, 구운 소고기 등을 몇조각 집어먹거나, 주로 남긴 것을 먹었다. 간식도 같이, 주로 아이들이 먹는 뻥튀기 과자에 하루종일 커피를 마셨다.
밥을 적게 먹고,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날들을 지나 오늘날의 나는 날씬함과 위장병을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