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sband pajama

by 윤소정
내가 바지 하나 사줄게.

외출 후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급히 주방으로 들어서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내가 입고 있던 바지와 남편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회색 체크무늬 파자마, 남편의 것이다.


엄마, 엄마는 왜 아빠바지를 입어?

그러고 보니 언젠가 아이도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아빠가 보고싶어서 !"라고 짧게 답했다. 당시의 남편은 당직이 잦았으므로. 대답을 해놓고는 스스로도 정말 보고싶어서 그랬던 것이라고 믿어버릴 뻔 했다. 하지만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우연히 한번 입었는데, 너무 편하고 촉감이 좋아서 습관처럼 입게 된 것.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에 측은함이 어려있다. '아, 나 너무 매력없나?' 마음이 쪼그라든다. 보이프렌드에게 빌려입는 청바지는 섹시하지만 남편에게 빌려입는 파자마는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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