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푹푹 나리고

by 윤소정


테라피요가 지도자 과정, 지난 6개월 동안 빈번히 내 마음을 휘저었던 과정이 끝나간다. 이사 준비로 바쁜데, 아이 어린이집이 구해지지 않았는데, 시댁 제사에 참석해야 하는데, 아이가 독감에 걸렸는데 등등 수많은 이유들이 '그런데도 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과 손에 손을 잡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이러한 회의는 안과 밖으로부터 모두 찾아왔는데 주로 "하루 쉬면 안 돼?",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할 필요가 있나?", "좀 미루었다가 여건이 될 때 하지?"라는 말들이었다. 재밌는 건, 스스로 고민하던 마음이지만 던져진 말들과 마주할 때면 '언제까지 양보만 할 건데? 남들에겐 의미 없을지 몰라도 나에겐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라며 힘 있게 튀어올랐다. '반발의 힘'과 "소정씨, 마음의 중심만 잘 잡고 있으면 그 일은 일어나게 돼요."라는 긍정의 주문이 나를 '포기의 늪'에서 건져 올리곤 했다.


나 준비가 된 걸까?

키즈요가 수업을 맡았다. 지도자 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 요가원 키즈 프로그램에 공석이 하나 생겼는데, 내가 테라피요가 경험은 적지만 인지발달을 오래 공부했고 미국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 수업을 들었던 것이 경력으로 인정되어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티칭 3주 차, 반짝이는 눈을 마주하고 매트 위에 앉으면 마음이 맑게진다. 나름대로 일상에 균형을 잡아가고 있구나 흐뭇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진정 들당나귀 같은 마음이여! 수업을 끝내고 나왔는데 인턴쉽 프로그램 일정이 잡혀있었다(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일정 시간 이상의 일대일 수업(PT)을 진행해야 한다.) 아, 그런데 수업시간이 태율이 어린이집 일정과 맞지 않는다. 지금도 하원 시간을 최대한 늦춰놓은 건데, 맨 마지막에 데려오게 될 텐데, 어린이집에서 더 봐주신다고는 하실까, 그 시간에 데려오면 아이들 저녁식사가 너무 늦어질 텐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의 끝에 또 같은 질문과 마주한다. 엉키고 설키고 목과 어깨는 단단해져만 간다. 안 되겠다, 프레임에 로프를 걸고 거꾸로 매달린다.


아, 내가 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무게와 내 꿈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있구나! 사실 저울에 올려놓아야 할 것은 감수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과 장기적인 우리 관계의 건강함인데 말이다. 쪼개지고 조각난 나의 시간들, 구획화 시키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닌 게 된다.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아이들을 생각하고 내 꿈도 아니 이룰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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