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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리 Jun 18. 2021

선택적 불면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만 쌓여가는 일상


불면증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면개시장애’, 잠을 중간에서 자주 깨거나 한번 깨면 잠이 잘 오지 않는 ‘수면유지장애’, 또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말합니다. 



이제는 과거 일이지만, 5년 전 즈음,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 신경정신과를 통해 방문 치료를 하고 수면일지도 작성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결국, 약 처방을 받았음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회사를 다니고 있던 나로서는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때의 미 성숙한 나는 잠이 너무 간절했기에 처방받은 약과 술을 함께 먹으며 술 취해 기절하는 효과를 잠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시간이 약이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심리적인 문제가 시간이 지나며 잘 아물면서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한번 새벽에 깨면 좀처럼 다시 잠에 들지 못하는 흉터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 눈을 뜨고 있는 새벽이 너무나 어색했다. 학교생활을 마치고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즈음 퇴근하는 회사원으로 살고 있던 나에게 새벽이라는 시간뿐만 아니라 고요한 주변 환경이 너무 낯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핸드폰만 만지며 타인의 SNS를 구경하거나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이 바뀌진 않았는지 하나 하나 눌러서 확인하곤 했다. 현실이 게임 세계라면 사자후나 전체 메세지를 통해 혹시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상황을 즐기게 되었다. 드라마틱한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일단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생각보다 부족한 잠을 너무 보충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새벽에 일찍 깬다 한들 낮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보니 타인보다 시간을 더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몸은 참 정직해서 일을 열심히 하거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라도 한 날은 새벽 기상 없이 꿀잠을 선사해주시니, 지금은 참으로 합리적인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새벽 두시 반에 눈이 떠진 나는 열심히 밀린 유튜브를 시청하고 맥주와 함께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도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를 불면증이라고 부를 수 있나...?'


불면증으로 너무 힘들었던 예전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도 너무 힘들어하고 계신 각지의 불면증 동지들에게 이유 모를 죄책감이 들어, 서두에 아산병원의 의학 칼럼에서 인용한 불면증의 정의 중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상은 정정이 필요할 것 같다. 


굳이 별도로 부르자면 선택적 불면증은 어떠신지 제안하고 싶다.


새벽의 나는 보통 이러고 논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새벽에 친구가 필요하거나 혼자 노는 법이 필요하신 분은 편하게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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