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눈이 왔을 때를 회상하면서 써본다.
아침부터 눈이 와서
새벽같이 나가 제설 작업을 했다.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는 건 이제 익숙하다.
제설제 작업에 대한 글은 자세히 올려두었다.
https://blog.naver.com/30_streetcleaner/224146019180
오후가 되자 골목길 청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눈 치운다고 바빴는데,
쓰레기는 또 쓰레기대로 쌓여있었다.
내 일이긴 하지만
화가 날때는 쓰레기가 쓰레기를 버린다고
생각했던 적이 종종 있다.
빗자루를 들고 골목을 쓸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오셨다.
어휴 추운데 고생이 많으세요.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
동네 어르신은 반말을 하는게 다반수인데,, 이 아주머니는 존댓말을 해주셨다.
어느덧 당연한게 감사해지는 내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박카스를 잘 안 마신다.
아니, 박카스 뿐만 아니라
물이랑 아이스아메리카노 빼고는
음료를 거의 안마신다.
(술 제외)
하지만 그 순간 음료수를 안좋아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하고 받은뒤 주머니에 넣었다.
날씨 탓이었는지 몰라도 박카스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듯 차가웠다.
이미 손이 시린데 더 시려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이 일을 하면서 칭찬은 별로 못 받는다.
민원은 자주 받는다.
"왜 이제오냐.", "여기도 좀 치워달라."
뭐 기타 등등..
그래서 종종 듣는 "고생한다."는 생각보다 큰 울림이 있다.
박카스의 한 병 가격은 약 천원 남짓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
내가 일하는 걸 봐줬다는 것,
고생한다고 말을 해줬다는 것,
그게 전부였다.
평소 같았으면 "아 괜찮습니다."하고 사양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받았다.
그리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마셨다.
내가 안 좋아하는 박카스를.
약같은 달짝지근함이 느껴졌다.
맛과 별게로 기분은 좋았다.
박카스는 원래 차갑게 먹는다.
근데 마음은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오늘 조금이나마 느꼈다.
오늘도 길거리를 쓸고, 눈 치우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했지만, 오늘만큼은 보이는 것 같았다.
박카스는 원래 차갑다.
하지만 따뜻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