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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유고래 Apr 03. 2018

[다섯번째 이야기] 아티스트는 얼마나 가난한가

삼천원 기획현장에서 몸소 느낀 아티스트의 고달픈 삶 이야기

삼천원은 플랫폼 설립 후 지금까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아티스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정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 및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직접 느낀 아티스트의 고달픈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갈수록 커져가는 문화예술 시장의 파이 

2017년 3분기 문화콘텐츠 산업 규모 현황.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년까지의 문화콘텐츠 산업 매출액 현황.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한국컨텐츠진흥원)

삼천원이 탄생한 배경에는 문화예술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류열풍 이래로 한국의 문화예술 및 문화컨텐츠 산업의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렇듯 문화산업의 규모는 커져가는데, 그 문화산업의 주인공인 아티스트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게 현재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이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기본적인 수익 분배의 불균형과 병리적인 시장구조는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삶이 어떤 식으로 힘든지 삼천원이 들은 얘기들을 구체적으로 들려주고자 한다 


Scenario 1. 생계와 음악의 병행 

절대다수의 아티스트들은 생계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다른 일을 하면서 예술을 하거나, 심한 경우 예술을 포기 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예술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밴드 멤버들이 자기 악기를 레슨 하는게 대표적인 예. 그러나 이 마저도 어려운 아티스트들의 경우 재능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힘겹게 예술을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삼천원에서 활동하는 한 아티스트의 경우 편의점 일을 하면서 틈틈이 작곡을 하고 있었다. 다른 아티스트의 경우 회사에서 월~금 일을 하고, 주중 저녁과 주말에 예술활동을 시간을 내어 하고 있었다.  



“예술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어요. 돈 한두푼에 매달려야 하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좋다고 시작한 예술이 싫어질 지경이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티스트들이 제대로 된 예술활동을 할 리가 만무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이나 취미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고된 노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예술 활동은 어마어마한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하나의 창작을 위해 이틀 밤을 꼬박 새기도 하고, 잠을 줄여가면서 만들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게 되면 이 같은 왕성한 예술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Scenario 2. 열악한 창작 환경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예술작품들의 바탕에는 이를 지원해주는 훌륭한 창작 여건이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든든한 후원 속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훌륭한 예술이 꽃피웠듯, 아티스트가 성공적인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제반 시설과 환경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열악한 개인 연습실을 가지고 있으며, 심한 경우 개인 연습실도 없이 매번 새 연습실을 빌려 쓰는 실정이다. 장비의 경우 직장인밴드 보다도 더 낮은 퀄리티의 악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러스트 작가의 경우 그림 재료의 부족으로 지속적인 창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업에서 댓가를 전제로 창작 환경을 후원해주는 경우가 있으나, 후원 여건이 좋지 않아 고된 창작 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창작 여건 속에서 예술작품의 양적, 질적 우수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창작물이라는 게 막 규칙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일주일 내내 한 개도 안 만들어지다가도 그 다음 날 갑자기 서 너 개 씩 만들어질 수도 있는게 예술인데, 계속 꾸준히 그림을 그려야 하는 압박을 받다보니 창작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어요.”  


Scenario 3. 비인기 분야의 서러움 

대중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 문화예술시장의 구조로 인해, 인기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 간의 격차가 큰 게 예술시장의 안타까운 현실 중 하나다. 일부 주류 장르의 경우 아티스트들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지만 비인기 분야의 경우는 공연 기회 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많은 클래식 연주자의 경우 레슨을 하고 다니며 돈을 벌고 있다. 문학의 경우 등단을 하지 않으면 장기를 살리는 수익 창출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시향에서 주는 월급으로는 생계 유지는 커녕 연습실과 악기 유지 비용도 잘 안 나와요. 그래서 여기저기 입시 레슨을 가르치러 다니는데, 그러다 보니 제가 클래식 연주자인지 강사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에요.” 


한국은 뛰어난 문화적 자산을 가진 나라이며, 이를 주시하듯 사회 곳곳에서 ‘문화융성’ ‘예술한류’라는 슬로건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열악한 여건에 대한 보장 없이, 대중매체와 대자본이 이끄는 특정 분야의 예술만으로는 위와 같은 문화 융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 예술 생태계가 조금 더 다채로워 지고, 다양한 색을 내뿜는 시장이 되려면 예술의 핵심 주체인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삼천원은 현장에서 직접 귀담아들은 아티스트들의 눈물겨운 생존 일기를 들으며 더욱 사명감을 다지게 되었다. 그래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아티스트의 성장과 자립을 위해 노력하는 종합 문화예술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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