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예술가로서의 고충과 멤버들이 꿈꾸는 국악의 미래
상아: 부모님이 무용가시다. 스승이자 엄마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슬럼프가 올 때 그만두고 싶어도 부모님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어릴 땐 뭔가 새로운 것도 하고싶고 욕심도 많았는데 하는 건 정해져 있으니 그게 좀 답답했던 것 같다. 그래도 결국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론은 무용이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게 되었다
호윤: 국악이 아무래도 한을 전제로 하는 음악이다 보니, 창작할 때 안좋은 기억을 꺼내서 메소드 연기를 해야하는 게 잔인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원래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주는 완화 작용이 있는데, 가끔씩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자신을 망가뜨린단 생각이 들어 그만두고 싶었다. 그리고 신나는 공연을 해야하는데 우울한 상태일 때가 있었다. 공연 날 렌트카 사고가 났는데 신나게 해야하는 게 힘들었다. 공연 후에 무대에서 뻥친 것 같고 거짓말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냥 저냥 적응했다. 나만 힘들게 사는 것도 아니니까!
재학: 어렸을 때는 공연하는게 좋았는데 졸업을 하고 이 팀 전에 다른 팀을 할 때 공연에 신경을 못쓰는 게 스트레스였다. 다른 사람 밑에 있다 보니 준비할 시간 없이 자꾸 공연을 했다. 결국 의무감에 하게 되는 공연이 너무 싫어 팀을 나왔다. 지금은 반대로 공연을 하고 싶은데 일을 해줄 사람이 없는 게 스트레스다. 누군가는 일을 해야 공연이 완성되는데 일을 해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사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을 도맡아줄 사장님을 뽑는 게 목표다. 공연만 하고싶기 때문에!
수인: 집에서는 ‘나는 이렇게 사회보고 노래하고 손짓할거야’라고 계획했는데 막상 앞에 나가면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내성적 성격 탓인 것 같다. 계속 떨리기만 하고…무대 앞에서 긴장한다. 그러다 보니 준비기간이 좀 길어서 스트레스다. 지금은 괜찮아졌다
수인: 스스로도 퓨전 하는 사람은 전통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전통을 중시 했었는데, 그냥 전통하는 사람은 전통하는 사람 대로 이어가고 퓨전은 퓨전하는 사람대로 이어가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전통적인 것을 찾을 것이다. 한복처럼 트렌드의 변화로 전통이 유행하는 시점이 올 거라 예상한다.
상아: 비슷한 맥락이지만 조금 다른 게, 국악이 막 지루하고 어렵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갖고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누린게 많다. 국가행사 지원도 많고…그 결과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대중화가 힘들다고 해도 꿈틀대는 시도가 많다. 그만큼 오히려 좀 더 본질을 키워야 한다. 너무 누구나 할 수 있는 느낌이라, 실속 있는 진짜 실력 있는 팀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무용의 경우 1~2년 문화센터에서 배우고 한국무용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춤을 출 줄 아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잘 추는 사람은 적어졌다. 퀄리티가 더 높아지길 바란다.
재학: 미래 전망을 잘 못하겠다. 전통은 예전의 모형을 보존해야 하는게 있고, 현실에 맞추어서 유행을 타야 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원형의 것들이 기본이 되어서 현재는 그것들을 가지고 계속 꾸준히 변화를 갖기는 한다. 그게 전통의 계속되는 흐름이면 좋겠다. 걱정하는 건 그런 흐름이 너무 과도해 지면 원래의 것이 보존이 안되는 문제가 생긴다. 파격적으로 발전하다 보면 원래의 모형이 무너질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호윤: 현재와 비교해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전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꼈다. 레게를 자메이카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세계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악의 굿거리, 무용, 민요 등등은 그 이름으로 안 불리고 코리안스타일로 불린다. 그런 명칭은 우리나라 문화를 잘 팔고있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한다. 시나위는 시나위로 팔리고 굿거리는 굿거리로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티스트의 문제일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한 폐쇄성이 있다. 우리만 할수있는거! 내꺼!라는 인식. 본인은 강원도사람인데, 시나위를 하고 전라도 시김새를 하면 욕먹는다. 어디 강원도 놈이 전라도 음악을 하냐면서. 근데 그게 어떻게 전라도만의 것이겠는가. 힙합이 미국 것인가? 우리도 하는데. 전통은 우리 것이 아니다. 한국인은 흑인이 장구 치고 판소리 하면 기특해 한다. 물론 신기하긴 한데, 그냥 잘치는 것일 뿐이다. 걔네가 우리 바이올린 드럼 잘치는거 신기해하지 않는 것처럼. “야야 저거봐 흑인이 판소리한다”라며 신기해할 필요 없다. 이런 식으로 유명해지면 좋겠다. 김덕수님도 잘해주셨고 국립국악원도 너무 잘해주셨고, 좋은 발판 마련해주신건 맞지만 오히려 젊은 세대가 이에 대해 폐쇄적, 보수적으로 반응한 건 아닐까 싶다. 융화의 가능성을 차단한 것 같다. 외국 페스티벌가면 같이 즐기는 게 아니고 평가한다. 벤치마킹 할 생각을 하지 그 속에서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어느새 그러고 있었다.
호윤: 가까운 시일 내로 꽤 규모가 큰 아트마켓에서 홍보 및 PR을 진행할 예정이고, 여기서 해외 유수의 아트 디렉터들과 컨택할 예정이다.
재학: 클랜타몽 팀만 놓고 보면 프랑스가 출발점이다. 유럽 전역을 다니는게 목표다. 작년에 프랑스부터 시작해 올해는 프랑스와 독일, 내년은 벨기에를 갈 예정이다. 가서 했던 공연들을 토대로 기획자들에게 메일 보내는 중이다. 러시아에서도 응답이 왔다.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보려고 한다.
호윤: 무대에 서는 사람은 유명해지기 원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원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미상을 받고 싶다. 열심히 활동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알기를 원한다. 그리고 잘 살고 잘 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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