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사기극

고대의 조상에 비해서 우리는 분명 약해졌다

by 자유로

이제 벼가 고개를 숙이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황금 들녁의 벼가 익은 모습을 보면 그 장관에 잠시 멍해지다가도 이내 생각나는 말이 있다.


"인류 최대의 사기극"


이 사기의 역사는 신석기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역저 '사피엔스'에서 농업 혁명을 두고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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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인류에게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문명의 기반을 제공했다는 통념과 달리, 그는 평균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이 농업혁명 이후 오히려 퇴보했다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그가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더 고된 노동을 생각해볼 수 있다. 수렵과 채집인은 계절과 장소를 옮겨 다니며 비교적 다양한 활동을 했으나 농사일은 하루 대부분을 밭일에 쏟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질병과 기근의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 농업은 한 곳에 정착해서 좀더 편하게 지내려고 만들어 낸 일종의 식량 공급책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자연스레 인구 밀집과 가축 사육으로 전염병이 창궐했고 특정 작물에 의존한 탓에 흉년이 들면 대기근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더 많이 갖는 사람이 생김에 따라서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되었다. 남는 곡식을 둘러싼 저장및 약탈 경쟁이 계층화와 전쟁을 촉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영양 밀도의 저하에 있다.
밀과 쌀 등 소수의 곡물에 식단이 의존하면서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
미세 영양소 섭취가 급격히 줄었다.




하라리는 이를 두고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라고 말한다. 곡물의 생존을 위해 인간이 자신의 영양과 건강을 희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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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열심히 뭔가를 재배해서 수확하지만 그안에 든 가장 핵심적인 영양은 텅 비어 버린 셈이다.


농업혁명 이후 칼로리 총량은 늘었으나 영양의 질은 현저히 떨어져 버린 상황...


특히 철분·아연·비타민 B군·C의 만성 결핍은 면역 기능 약화와 감염 질환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성장기 영양부족 탓에 체격이 작아지고 골격이 약화되었다.


혹시 박물관에 가서 고대 유물을 관람해본 기억이 있다면 고대인들의 체격이 상상이상으로 컸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인류의 조상들은 분명 오늘날 우리보다 훨씬 체격적으로 컸다고 역사적 시료에서는 말하고 있다.


너무 기대밖의 이야기지 않은가?

우리 조상들은 잘 먹지 못하고 키도 작고 그런거 같은데???


여기서 말하는 고대의 인류란 바로 신석기 이전의 인류를 말한다.


농경사회 이전 vs 이후: 식단 구성과 영양 밀도 변화


농업혁명이 인류 식단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식량의 종류와 구성이다.

농경 이전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다양한 야생 동식물을 먹었다. 고기, 생선, 과일, 견과, 뿌리식물 등을 섭취하여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했다.


반면 농경 사회로 접어들면서 인류는 먹을거리의 상당 부분을 재배된 곡물과 가축에 의존하게 된다. 밀, 보리, 쌀, 옥수수 등 소수의 탄수화물 작물이 주식이 되었고, 사육된 가축의 고기와 유제품이 일부 단백질을 공급하였다. 아래 표는 농업 도입 전후의 식단 특징과 영양 지표를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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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듯, 농업 이전의 수렵채집 식단은 구성의 다양성과 높은 영양 밀도가 특징적이다.

사냥으로 얻은 야생 동물성 단백질과 채집한 각종 식물은 균형 잡힌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을 제공했고, 섬유질 섭취도 많았다.


이에 비해, 농업 이후 인류는 곡물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한 열량 공급에 치우치며, 필수 영양소의 상대적 부족을 겪게 된다. 특히 곡물은 칼로리당 비타민이나 미네랄 함량이 낮아 “빈 칼로리” 음식이 되기 쉽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게 되어 영양 효율이 떨어진다.


이러한 식단 변화는 곧바로 인류 신체와 건강 지표의 변화로 이어졌다. 농경사회 초기 인간의 뼈를 연구한 분석에 따르면, 농업 도입 후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성인 평균 신장이 이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한 종합 연구에서는 농경으로 이행한 21개 고대 사회 중 19개에서 건강 지표가 악화되었다고 보고하는데, 여기에는 뼈의 성장선 퇴화, 치아 우식 증가, 영양결핍 흔적 등이 포함된다.


참고 문헌> Stature and robusticity during the agricultural transition: evidence from the bioarchaeological record - PubMed


철분과 단백질이 부족한 곡물 중심 식단은 만성적인 빈혈과 면역력 저하를 일으켜, 농경 초기 사람들의 감염병 이환율 상승과 체격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중국, 동남아, 중동, 아메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신석기 시대 유골에서 빈혈로 인한 해면뼈 증식이나 치아 법랑질 발육장애, 비타민C 결핍으로 인한 골병변 등이 포착되어, 농경으로 인한 영양상태 악화를 입증한다.


이집트 박물관 씬.jpg 이집트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


또한 곡물 재배사회에서는 특정 영양소 섭취 부족이 뚜렷해졌다. 가령, 육류 섭취 감소로 비타민 B12, 철분이 결핍되기 쉬웠고, 채소·과일 다양성 축소로 비타민 A와 C 섭취도 줄었다. 이러한 미량영양소 부족은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 부진, 면역 체계 약화, 상처 치유 지연 등 광범위한 건강 악화를 초래했다.


탄수화물 위주 식단은 잦은 구강 내 세균 증식을 불러 충치와 치주 질환 발생률을 높였으며,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식사는 식생활의 즐거움을 감소시켜 정신적 만족감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양 밀도 저하와 건강 영향: 체격, 면역, 질병의 변화


영양 밀도(nutrient density)음식 1칼로리당 함유된 비타민과 무기질 등 영양소의 밀도를 뜻한다. 농업혁명은 인류 식단의 영양 밀도를 현저히 낮추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농경 초기 인류는 키가 작아지고 뼈가 가늘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어린 시절의 만성 영양부족과 질병 부담 증가로 성장판이 제 역할을 못 한 결과로 해석된다. 면역 기능 역시 영양 밀도 저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농업 전환기에 많은 사회들에서 결핵, 나병 등 만성 감염질환의 증거가 인간의 뼈에서 발견되어, 영양 부족과 인구밀집 환경이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질병을 확산시켰음을 시사한다.


감염병은 농업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강 문제였다. 위생 환경 악화와 새로운 인수공통 전염병의 등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흑사병, 천연두와 같은 대역병은 역사상 대개 농업 문명권에서 발생했고, 이는 농업으로 조성된 높은 인구밀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만성질환(chronic diseases)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변화였다. 여기서 말하는 만성질환이란, 감염성이 아닌 만성적인 대사성/퇴행성 질환을 가리킨다.


신석기 시대에는 현대만큼 장수하는 사람이 드물어 암, 심장병 등의 발병 사례를 찾기 어렵지만, 관절염, 허리디스크처럼 만성 퇴행성 질환의 증거는 초기 농경민 유골에서 자주 보인다. 이는 하루 10시간 넘게 밭을 갈고 수확물을 나르며 척추와 무릎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이 갔기 때문이다. 결국 영양 밀도 저하와 고된 육체노동이 겹쳐 체력 저하와 만성 질환 소인을 키운 셈이다.


한편, 농업으로 인한 식생활 변화는 인류 장기적인 질병 양상에도 영향을 주었다. 농경사회에서는 열량을 많이 내는 탄수화물을 쉽게 확보하게 되었고, 칼로리 섭취량의 증대는 인류의 에너지 균형을 변화시켰다. 수렵채집인은 늘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잉여 에너지를 축적하기 어려웠으나, 농부들은 비교적 정적인 생활 속에 탄수화물 위주 식사를 지속함으로써 일부에서는 지방 축적이 용이한 상황이 조성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비만은 산업화 이전까지 흔한 현상은 아니었으나 농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인간이 체내에 과도한 에너지를 저장할 환경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상형문자 기록에는 일부 지배층이 과체중이었음을 시사하는 묘사가 있고, 고고학자들은 신석기 시대의 비너스 조각상 등에서 풍만한 체형을 이상적인 풍요의 상징으로 표현한 것을 발견한다. 이는 농경 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에너지 과잉이 축적될 수 있었음을 나타낸다.


현대인의 건강 문제와의 연결 고리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인류는 농업혁명 이후 또 한 번 식단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산업혁명과 함께 농업 생산성의 비약적 증가가 있었고, 20세기 중반 녹색혁명으로 쌀과 밀 등의 곡물 수확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칼로리 공급량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하여 영양결핍으로 인한 기근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곡물 위주의 생산 증대는 역설적으로 현대인의 만성질환 증가와 연결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인도의 녹색혁명 시기 쌀·밀 생산이 대폭 늘어나 식탁에 탄수화물 섭취가 급증한 지역일수록 비만과 당뇨병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장기 효과가 관찰되었다.


늘어난 곡물로 열량 과잉 섭취가 가능해진 반면, 식단의 다양성은 감소하여 미량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는 양상이 확인된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이중 부담”(double burden)이라 하여 영양 결핍과 비만을 동시에 겪는 인구가 공존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곡류 중심의 단조로운 식단과 서구식 고열량 식품의 범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업혁명이 남긴 유산은 현대인의 식생활과 건강 문제에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첫째, 전 세계 인구의 주식은 여전히 불과 몇 종의 곡물에 크게 의존한다. 인류가 1만 년 전 길들인 밀, 쌀, 옥수수, 감자 등은 21세기 현재 인류 칼로리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로 인한 '내적 기아 상태(미량영양소 부족)'가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칼로리 섭취는 충분해도 비타민 B1 결핍(각기병)이나 철분 결핍성 빈혈이 만연한 경우가 있었고, 옥수수에 크게 의존했던 역사적 식단에서는 나이아신(B3) 결핍(펠라그라)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한두 작물에 치우친 농업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유발 하라리가 묘사한 농업혁명은 인류가 선택한 풍요의 길이 실은 가시밭길이었다는 도발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농업혁명이 총체적 식량 생산량은 늘렸으나, 개개인의 영양과 안녕은 희생시켰다고 보았다. 고고학과 생물인류학 연구들 역시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의 전환은 인간의 식단을 다양성에서 단조로움으로 바꾸었고, 영양 밀도의 하락과 함께 신체적 건강수준의 저하를 가져왔음이 여러 증거로 확인된다. 인류는 작은 체구, 늘어난 질병 부담, 단축된 수명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도 농업을 받아들였고, 이는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인류적 계약'이었다고도 해석된다.


긴 역사로 볼 때 농업혁명은 진보와 풍요의 영광과 함께 그림자도 남겼다. 현대 인류는 농업이 낳은 혜택(안정적 식량 공급, 인구 증가)을 누리는 한편, 그 부작용(영양 불균형, 질병 양상 변화)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비만과 만성질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농업혁명이 시작한 식생활의 패러다임 변화를 재검토하며 보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생활방식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라리가 농업혁명을 “사기극”이라고 부른 것은, 인류가 선택한 개발의 길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따랐음을 일깨우는 경고일 것이다. 이는 곧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농업혁명 이후 1만 년 동안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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