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느냐 살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균형과 조화, 적절한 비율의 힘

by 자유로

우리는 왜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을까.
왜 욕실 타일 사이에 낀 곰팡이,

싱크대의 물때,

변기의 요석을 정기적으로 닦아내야 할까.
심지어 발가락 사이에 생기는 무좀까지도.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작은 생명들’, 곧 미생물들의 군락이다.

바이오필름(biofilm)이라고 불리는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미생물들이 형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사회...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며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대부분 사회적 존재로서 긴밀한 관계를 이루며 지낸다.
그들은 표면 위에 삶을 짓고, 번성하며, 때로는 불균형을 통해

우리에게 불쾌함이나 병을 가져온다.


06-23-issue-ftbacteria-infog-online-l.png Infographic: Stages of Biofilm Formation | The Scientist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현상은 비단 바깥뿐만 아니라 몸 안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요로 결석의 형성에도 이들은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한다.
우리 몸속에는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인간 세포보다도 더 많은 수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한 공생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소화, 면역, 대사, 심지어는 감정과 기분에까지 깊이 관여하는 보이지 않는 동반자들이다.


'죽이는' 기술의 딜레마


우리는 병이 나면 '병균'을 없애기 위해 항생제를 쓴다.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다.
하지만 그 '칼'에 자비란 없다.

'병균'만을 정확히 도려내지 않고
우리 몸의 좋은 균, 내 몸과 조화를 이루며 잘 지내던 미생물 생태계까지 함께 파괴해 버린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대량 학살이 아이러니하게도 몸에서 처리해야 할 세균의 부담을 낮춰서

항생제를 복용한 후 한동안은 좋아진 듯하다.

항생제.jpg


하지만 곧 다시 반복되는 증상들, 되살아나는 염증, 약을 써도 낫지 않는 만성화된 상태.
우리는 문득 질문하게 된다.

“왜 약을 써도 좋아지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면역은 단순한 공격 능력이 아니라, 조화의 예술이다.
적을 죽이는 것이 면역이 아니라, 균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진짜 면역이다.




살리는 기술, 균형의 철학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죽이는 기술에서, 살리는 기술로.
병균과 싸우는 전쟁에서, 우리 안의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pro- 란 더욱 붓돋는다는 의미의 접두어이다).

프로바이오틱스.jpg


우리가 유익균이라고 알고 있는

생명을 위한 균이라는 뜻을 가진 이 존재들은, 단순히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면역을 조율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심지어는 뇌와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들을 적으로 대하기보다는, 내 몸의 이웃으로,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것.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것.
그것이 진정한 건강이고, 그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균형의 기술, 공존의 지혜


생명을 다루는 기술에는 두 종류가 있다.
버리거나 죽이는 기술과 취하거나 살리는 기술.

둘 다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후자이다.


균은 모두 죽일 수도 없지만 그래서도 결코 안된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들일지라도

몸속에는 '병균'이라고 하는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있다

그들은 '병균'이 아니라 좋은 균과 경쟁하는 선의의 동료이거나

오히려 좋은 것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미네랄도 마찬가지다.

중금속이라고 하는 것들을 우리는 독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또한 없어서는 안 될 몸의 중요한 '백업 시스템'을 담당한다.

균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선한' 균이 강해져서 '나쁜' 균을 이기게 하는 것.

모든 미네랄이 공존하여 더 있어야 할 것이

덜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배출시킬 수 있는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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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미생물 군락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
면역도, 미네랄도, 건강도, 인간관계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함께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어렵지만 더 지속 가능한 길이다.


지금 우리는
항생제(앤티바이오틱스, anti-biotics)의 시대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전 시대가 적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힘을 믿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혜를 선택할 때다.

살리는 기술이 진짜 면역이다

균형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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