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발자취를 쫓아서
우리 몸에는 바다가 흐른다
이 말이 너무 시적으로 들리는가?
이 말은 글자 그대로다.
우리 몸에는 '태고의 바다'가 흐르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환경학 고전인 'Silent Spring' (우리말 번역본: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사실 매우 뛰어난 해양학자이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저서인 'Sea Around Us' (우리말 번역본: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해양학에 남다른 조예를 담고 있는 걸작이며, 여기서 그는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육지 생활을 선택한 동물들은 해안에 상륙했을 때,
몸속에 바다의 일부를 지니고 왔으며,
후손을 통해 그것을 계속 물려주었다.
오늘날에도 이 유산은 모든 육지 동물의 기원이
바다라는 것을 보여 준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온혈 동물인 조류와 포유류는
모두 핏속에 바닷물과 비슷한 비율의 나트륨, 칼륨, 칼슘이 들어 있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를 거듭하던 우리의 까마득한 선조들은 몇 백만 년 전에 처음으로 순환계(당시는 순환하는 액체가 바닷물에 불과했지만)를 발달시켰는데, 이는 그때 이후 물려받은 유산이다.
석회질로 이뤄진 우리의 단단한 골격 역시
칼슘이 풍부했던 캄브리아기 바다의 유산이다.
심지어 우리 몸의 세포를 이루는 원형질조차
태곳적 바다에서 최초의 단순한 생명체가 출현했을 때
모든 생물에 각인된 화학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생명 자체가 바다에서 시작된 만큼,
우리도 저마다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작은 바다에서 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 종은 배아 발생 단계를 거치는 동안,
아가미로 호흡하는 수중 세계의 거주민에서
육상 생활이 가능한 생명체로 진화해 온 과정을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다양한 동물의 발생 과정이란 그림을 보면 여러분의 초점은 어디로 옮겨지는가?
모든 동물의 배아 단계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마치 수중 생활에 적합한 물고기의 모습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같은 그림이다.
여기서 발생 초기에 아가미틈이라고 하는 구조물이 보이는가?
배아 초기, 이들은 모두 아가미 틈과 꼬리를 지닌다.
물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설계된 그 형상은
모든 척추동물이 공유하는 고대 바다의 설계도다.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우리 몸은 그 바다의 기억을 품은 채 한 생명을 다시 조립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매번 진화를 되풀이한다.
물속에서 시작해, 그 바다를 몸 안에 안은 채 육지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존재를 싹 틔우는 순간,
그곳은 '양수'라고 하는 작고 따뜻한 바다였다.
그 안에서 우리는 아가미처럼 보이는 구조를 만들고,
물고기처럼 꼬리를 달고, 도롱뇽과 비슷한 눈과 팔다리를 가졌다가,
마침내 인간이라는 모습으로 태어난다.
우리 안에 바다가, 그것도 태고의 바다가 흐르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육지를 딛고 있지만,
그 생명의 기원은 분명 바다다.
수억 년 전, 태고의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염도가 옅었다.
그 염도는 0.7%에서 0.9% 사이.
시간이 흐르며 빗물과 강물이 지표를 깎고,
광물질을 품은 퇴적이 차곡차곡 바다로 흘러들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다의 염도,
대략 3.3%에서 3.5%의 짠물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우리가 병원에서 맞는 등장성 수액의 염도는 정확히 0.9%.
그것은 곧, 우리 몸을 흐르는 피의 염분 농도가
태고의 바다와 일치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바다를 떠나 육지를 딛고 살아가지만,
그 바다는 여전히 우리 안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의, 고요하고 원시적인 바다.
심장 박동으로 파도처럼 밀려나는 피 한 방울 속에도
그 바다의 기억이 흐르고,
세포 하나하나는 그 '짠물'을 마시며 살아간다.
'내 안에 바다가 흐른다'는 것은 결코 하나의 은유가 아니다.
과학이 밝혀낸 사실이자,
존재 깊숙이 새겨진 생명의 연대기다.
결국 우리는,
바다를 품은 존재다.
아주 오랫동안, 바다였던 존재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바다'가
막히지 않고 잘 흐를 수 있게
그리고 우리 '내면의 바다'라는 환경이
가급적 '그대로' 잘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런 맥락 안에서 물과 미네랄도 존재하는 것이다.
참고 문헌>
1. The Sea Around Us by Rachel Carson, 1951, Oxford University Press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