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흐름과 내 몸속의 흐름

해류와 혈류의 거울 같은 이야기

by 자유로
6A339C00-5D1A-46B9-A67A-1437D4FBAA92.jpeg?type=w750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1452년 이탈리아의 빈치(Vinci)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비록 작은 마을이었지만, 이탈리아의 주요 통로 중 하나에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와 지식이 흐르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자연을 아름다움과 원리 양 측면에서 깊이 이해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실험을 통한 법칙 탐구, 즉 과학적 방법론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연을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바라보았으며, 이는 오늘날 시스템적/전체론적 접근법의 원천이 되었다.


1515년, 그는 대홍수 시리즈(Deluge)와 Codex Atlanticus를 통해 기상 현상(벼락, 소용돌이, 폭풍 등)과 물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물에 관한 논고(Treatise on Water)』에서는 우주의 구성 원리를 고찰하며, 인간과 세계 사이의 유사성을 주장했다.


회오리, 파도, 비 등 다양한 물의 움직임을 연구하면서도 전체적인 구조와 세밀한 관찰을 동시에 유지했으며, 이를 그림으로 시각화했다. 흐르는 물과 난류에 대한 그의 탁월한 묘사는 오늘날에도 감탄을 자아낸다.


"물은 지구의 혈액이다."


레오나르도는 이러한 통합적 관점을 통해 인체의 순환계(혈류)와 지구의 해류 사이의 유사성을 직관적으로 연결했다. 그의 『물에 관한 논고』의 일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피의 웅덩이에서 정맥이 뻗어나가 온몸으로 퍼지듯, 바다로부터 지구의 몸속에 무수한 물의 정맥이 퍼진다."


이러한 그의 통찰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내 몸에도 '바다'가 흐른다


흐름은 '길'을 따라 이어진다.


바다 안에서 일고 있는 이 거대한 흐름을 우리는 해류라고 부른다


혈액이 혈관을 따라서 흘러가는 것을 혈류라고 하듯이,


지구라고 하는 거대한 생명체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물의 흐름이 바로 해류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분의 비율은 70%가량 된다. (하나 나이가 들수록 이 비율은 줄어든다.)

공교롭게도 70% 란 이 비율은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수분 (대략 97.2% )이 존재하는 바다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차지하는 비율과도 일치한다.


아주 거대한 것이나 아주 미세한 것일지라도 생명체들은 유사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고 똑같지는 않지만 놀라우리만치 서로 닮아있다.


인체 해부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동맥과 정맥이 산소와 영양분을 신체 구석구석으로 운반하여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류 또한 지구상에서 이러한 에너지 전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시로서는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천재적인 직관과 과학적 통찰에 넋을 잃고 만다!!!


Screenshot-2023-11-13-at-09.05.45.png?resize=800%2C566&ssl=1 Leonardo da Vinci (Vinci 1452-Amboise 1519). The heart, bronchi and bronchial vessels (recto)



인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산소와 영양소를 받아들이고, 이를 순환계를 통해 신체의 모든 세포에 전달한다. 이처럼 인체는 외부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러한 외부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지구 역시 태양으로부터 도달하는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서 이를 활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태양 에너지는 열의 형태든,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유기물과 같은 다양한 형태든 해양 전체에 전달된다. 바다라는 공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양의 대사활동이 이루어지는 생명체의 집합소이며, 생명에 대한 정보와 에너지가 축적된 공간으로써 이는 지각, 대기, 육상 생물권보다 훨씬 크다. 이 에너지가 지구 곳곳에 전달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해류이며, 해류는 지구상 에너지와 생명의 흐름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연결고리이다.


폐순환과 체순환.jpg 폐순환과 전신순환


인체가 두 개의 폐순환과 체순환이라고 나뉘는 독립적인 순환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주요 해류 또한 두 가지 뚜렷한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하나는 심층 메리디언 순환(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며, 다른 하나는 수온약층 순환(Thermocline Circulation)이다. 편의상 심층 해류와 표층 해류라고 하겠다. (물론 더욱 복잡한 분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큰 줄기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 두가지 경로는 경계가 보이지는 않지만 인체의 혈관과 같이 구분이 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표층 심층.jpg 표층과 심층 해류



오늘날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던 시대와 달리, 해양의 물의 흐름(즉 지구의 순환계)과 생물의 혈류, 동맥, 정맥 사이에 유의미한 유사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놀라울 만큼 유사한 점들이 존재하는데 인체의 혈류가 심장에서 수축기(systole)에 시작되는 것처럼, 지구의 주요 해류 또한 가장 표층적인 흐름을 제외하면 모두 겨울철의 차가운 해역에서 기원한다. 이 행성의 순환계가 '박동'하는 기본 주기는 1년이며, 주요 해류는 겨울 동안 수주 간 해양 심부에서 그 경로를 시작한다. 이 시작은 표층의 강력한 냉각 또는 냉각과 바람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인해 수백 미터 깊이에서 일어난다.


해양에서 전신 순환(systemic circulation)에 해당하는 것은 메리디언 심층 순환이며, 이는 “지구 대순환벨트(global conveyor belt)”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끊임없이 물질을 운반한 후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02_02_04_a.gif 지구 대순환벨트(global conveyor belt)


이 순환은 매우 느리고 길며,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약 1,000년이 걸린다. 회로는 고위도 아한대 해역에서 시작되어, 대기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지구의 심해를 통과하고, 최종적으로 무기 영양소가 풍부한 저층수가 해수면 부근으로 다시 올라온다. 이러한 과정은 주로 적도 대서양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 폐순환(pulmonary circulation)에 해당하는 것은 수온약층 순환(thermocline circulation)이다. 이 순환은 표층으로부터 약 1,000미터 깊이까지의 수온약층 영역에서 발생하며, 비교적 짧은 시간인 약 10년 정도에 걸쳐 순환한다. 이 회로는 해수면 부근에서 대기와 접촉하며 시작되고, 그곳에서 해수는 유기물과 산소로 충전된다.


전신 순환을 마치고 우심방(전신 순환 이후 '탁해진 혈액'을 수용하는 일을 한다.)으로 들어온 혈액은 다시 우심실(우심방으로부터 전달받은 혈액을 폐로 쏘아 보내는 일을 한다.)을 출발하여 폐동맥을 지나게 된다. 이들은 폐를 지나면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 가스 교환을 마치고 좌심방(폐순환을 마치고 들어온 신선한 혈액을 받아들인다.)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신선해진 혈액은 좌심실로 이동하여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폐순환과 체순환.jpg


지구 심장의 좌심실은 북반구의 아한대 지역(래브라도 해와 그린란드 해)과 남극 대륙 주변의 아한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 지역에서 매년 겨울, 고밀도의 해수가 형성되며, 이는 심층 메리디언 순환이라는 거대한 심층 동맥의 시작점이자, 지구의 심장이 박동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물은 대기와의 접촉 없이 천 년에 걸친 긴 여정을 시작하며, 결국 모든 컨베이어 벨트처럼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마치 좌심실을 출발한 혈액이 전신을 돌고 다시금 우심방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depositphotos_416770826-stock-illustration-climate-zones-map-scheme-vector.jpg 하늘색 부분(Sub-polar)이 아한대 지역


여행의 마지막 단계에서, 북반구의 극지방에 도달하기 전 이 물은 적도 대서양에서 표층에 가까워지는데, 이곳은 마치 지구 심장의 우심방에 해당된다. 여기에서 해양의 정맥(심장으로 들어오는 혈관들)들이 계절의 변화에 거의 감지되지 않을 만큼 느린 박동으로 도달한다.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여정 끝에 이 물은 다시 햇빛이 비추는 해양 표면으로 돌아오며, 표층에서 출발했을 당시의 특성을 일부 간직하고 있어, 마치 1000년 전 과거 지구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듯하다.


천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물은 햇빛이 비추는 해양 표면에 도달하며, 출발 당시의 성질을 일부 간직한 채로 돌아온다.



우리가 수평선 너머의 바다를 바라볼 때, 그 표면 아래에 또 하나의 '풍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해양 내부에서는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해수가 섞이고,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의 전환, 물리적·생물학적 그리고 지질화학적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마치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폐순환과 전신 순환을 거친 혈액들이 서로 섞이면서 여러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같다.


자연계에 나타나는 반복된 패턴들과 유사한 모습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모든 것들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우리가 지구 전체를 하나로 보고 눈을 열어야 비로소 그것을 더 잘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분명 나누어 볼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맥락에 맞게 이어서 보는 능력은 더욱더 중요한 법이다.


참고문헌>

1. Leonardo da Vinci (Vinci 1452-Amboise 1519). The heart, bronchi and bronchial vessels (recto); A sketch of the heart and great vessels (verso) c.1511-13.8


2. 생성과정 > 해양심층수란 > 고성해양심층수 > 산업경제 > 강원고성군 행정포털


3. Climate Zones Map Scheme Vector Illustration Equatorial Tropical Polar Subtropical Stock Vector by ©Vector.Plus 4167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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