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시터 천국, 세부 이야기
남편과 내가 연애하던 시절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
해마다 한 번쯤은 꼭 떠났던 동남아 여행지 중
하나가 바로 ‘세부’였다.
베이비시터 천국이라 불러도 될 만큼
현지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해,
아이가 어릴 때는 특히 세부 여행을
자주 다녔던 것 같다.
요즘은 세부 여행 카페에서 베이비시터
예약이 훨씬 수월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정보가 많지 않아 예약한
호텔과 연계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베이비시터와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연이 이어져,
아이와 보라카이에 놀러 갔을 때는
세부에서 만난 시터의 사촌이 보라카이에 산다며
소개받아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세부에 대한 기억들이 나에게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세부섬에서도 라푸라푸시에 있는 크다는 리조트는
한 번씩 가본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때 여행을 떠나면 가끔
‘여행인지 극기훈련인지’ 싶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세부 여행은 베이비시터가 늘 함께해
엄마인 나도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한창 낯가리던 돌쟁이 시절, 첫 세부 여행에서
베이비시터에게 낯가려서
‘돈은 돈대로 주고 육아는 육아대로 하는 것 아닌가’
걱정도 잠시. 아이를 능숙하게 달래고, 안아주고,
잘 재우고, 먹이고, 씻기는 모습까지
내 눈앞에서 함께 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로서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처음 만난 베이비시터는 한국에 함께 가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할 정도로 내가 너무 만족했고,
지칠 법도 한데 리조트 수영장에서
아이와 지칠 줄 모르고 물놀이를 해주었다.
룸으로 와서는 아이 목욕도 시키고 밥도 먹여 재워주고 퇴근을 했다. 그날 밤, 다음 날 아침 투어가 예정되어
있으니 내일은 아침 일찍 출근해 줄 수 있냐는 물음에
군말 없이 일찍 출근해 준 덕분에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아이가 자라 가족과 몇 번 더 세부를
방문했을 때는 베이비시터가 필요 없었지만,
늘 반가운 마음으로 세부를 찾았다.
세부는 나에게 ‘베이비시터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준 곳이자,
아이가 어릴 때 힘들었던 순간들마저 따뜻한 기억으로 바꿔준 고마운 도시다.
언제 다시 떠날지는 모르지만,
그리운 세부의 햇살과 다정한 손길은
늘 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