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더 선명했던, 우리 셋의 오키나와
우리 세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는 오키나와였다.
딸아이가 생후 5개월이 되었을 무렵,
처음으로 셋이 떠난 해외여행.
기저귀 가방보다 더 큰 설렘을 안고서.
오키나와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비행시간이 비교적 짧고, 일본이라는 익숙한 나라
안에서 휴양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
게다가 일본은 육아용품이 우리나라만큼이나
잘 갖춰져 있어서, 기저귀와 휴대용 유모차는
현지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이유식을 시작하기 직전에 떠난 여행이라
짐이 많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그 모든 조건이 ‘첫 해외여행지’로서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었다.
인천에서 두 시간 남짓.
이륙과 동시에 수유를 하고 딸아이는 곧 잠들었다.
낮잠 시간과 비행시간을 미리 맞추길 잘했다.
비행 내내 곤히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착륙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처음이라 걱정이 컸지만,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우리 딸, 혹시 여행 체질인 건가?’ 싶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일정은 따로 빡빡하게 정하지 않았다.
아직 어린 아기와의 여행이니,
그날그날 컨디션에 맞춰 움직이자고 마음먹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한쪽엔 수유공간까지
마련해 두고 나서야 비로소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영장 너머 끝없이 펼쳐진 바다.
백일잔치를 치르고 매일 아이 컨디션에 맞춰
움직이느라 숨 돌릴 틈 없던 나날들.
그 순간, 그 풍경을 보면서 가슴이 정말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호텔은 걸어서 아메리칸빌리지를 오갈 수 있는
위치로 잡았다.
이제 뭐 할까? 싶던 찰나
별다른 고민 없이 아기띠를 메고 슬슬 걸어 나갔다.
호텔위치를 참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도 고파지고, 바깥공기를 마시니 드디어
'여행 온 느낌'이 났다.
일본에 왔으니 라멘이지!
눈앞에 보이는 라멘집으로 들어가 생맥주와 라멘을
주문했다.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아이가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번갈아 가며 아기를 안고,
번갈아 가며 식사를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순간이 좋았다.
익숙한 맥주지만, 일본에서 마시는 생맥주는
왜 그리 맛있는지.
둘째 날 아침, 슬슬 더 많이 걷게 될 걸 생각하니
유모차가 필요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오키나와 육아용품점에서 꽤 마음에 드는
유모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했고,
그날부터 여행이 한결 더 편해졌다.
아기도 다행히 잘 앉아 있었고,
우리는 오키나와 시장 구경에 나섰다.
그 시장은 어딘가 제주도와 닮은 듯하면서도,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시장 구경은 어느 나라를 가든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사람들의 말소리, 익숙하지 않은 냄새,
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그 안에 섞여 걷다 보면,
그 도시와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마지막 날에는 오키나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창밖으로 보이던 오키나와의 파란 바다와 높은 하늘,
그리고 내 품에서 자고 있던 딸아이의 체온과 냄새까지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막 140일을 넘긴 아기가 유리벽 너머로
헤엄치는 물고기를 따라 눈을 반짝이며 따라가던 모습,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던 작은 손,
무섭다며 울던 표정까지.
그날의 모든 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그렇게, 우리 세 가족의 첫 해외여행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의 오키나와로, 지금의 이만큼 큰 딸아이와
다시 한번 꼭 함께 가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