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체 속에서.

첫 번째 불안

by Chet

뿌연 하늘에서 창백한 눈송이가 무리를 이루는 임의로운 낙화 속에 서있어요

그 꽃들은 나뭇가지 없는 속절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라서

녹아서 흐르기라도 한다면, 언다면


문신처럼 붉게 달아올라 새겨진 이 문장들처럼

타이레놀 세알 정도를 입에 쑤셔 넣고

녹지 않은 눈더미를 맨손으로 덜어냅니다


마치 어린 날의 모래성을 야금야금 파괴시키듯

결국 함락의 책임은 내가 모두 껴안고,

무너진 나뭇가지 깃발을 두툼한 외투 주머니에 홀로 숨겨뒀어요


조심스럽게 파낸 눈더미에 얼어있는 우리의 사체를 당신은 우연히 목격했나요

그 안에 아이들이 던진 야구공에 산산이 깨져버린 유리알 같은 것들이 있어요


유리알 위로 헤엄치는 작은 새들.


꼼꼼히, 빈틈없이 짜여진 털장갑 위에 얹어 하늘로 던져주세요

몇 번의 날갯짓,

반짝이는 유리알이 만들어낸 슬픈 낱말들이 쏟아질 것 같은 생채기,

창백한 눈더미 위로 석류알 같은 핏방울이 비스듬히 물들겠지만


그 광경을 보지 못하게

우리는 뒤집어져야 해요

얼어버린 눈으로 꽁꽁 언 차가운 땅바닥을 목도해야 해요


혹시 깃털 하나가 떨어져 있다면 조심히 외투안에 홀로 숨겨두세요

무방비한 따뜻함 속에 가둬둔 채 또 우리의 계절을 비스듬히 스쳐가요

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