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균열됨으로서 드러나는 공포
큐어라는 영화가 기존 공포영화들의 특징을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 하는 예의와 범절 그리고 윤리성으로 뒤덮인 일상 속에서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인 타인에 대한 적의가 마치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일본인을 대표하는 문화 중 와(和) 문화와 메이와쿠 문화가 있는데 대체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 또한 남에게 피해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로 대체적으로 속마음을 숨긴 채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만약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기분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말한다.이 영화가 일상의 공포를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인들을 대표하는 그 오래된 문화가 균열되면서 그 빈틈으로 드러나는 익숙지 않은 타의에 대한 적의가 일상을 서서히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 사회가 쌓아온 폐쇄적이고 지나치게 윤리를 중시하는 내적 규범이 무너지는 과정을 영화를 통해 목도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공포와 쾌감을 자연스레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쿠니오가 타카베에 대해 동일성을 드러내고 흥미를 보이는 이유는 타카베가 점차적으로 타인에 대한 적의를 최면 없이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타국의 문화가 무너지는 과정을 보며 왜 우리는 공포와 쾌감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윤리를 중시하는 행태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존의 영화가 비일상에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말한다면, 큐어는 일상 속 비일상(내면의 발화)의 갑작스러운 침범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