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안
서울에 루벤스의 그림을 전시한다면서. 나는 루벤스의 그림을 봐야 해. 그 그림을 봐야 해. 네가 내 머리 위에 삐뚤게 쌓아올리던 책을 땅바닥에 쓰러트려 그 숭고한 거짓말들을 불태우자. 루벤스 그림 앞에서. 그 숭고한 낱말이 타오르는 아지랑이로 루벤스의 그림을 비추자. 숭고한 낱말이 타오르는 냄새는 내 양쪽 손바닥에서 나는 썩은 내. 갑자기 차가운 눈이 그림 위로 떨어졌으면 좋겠다. 눈은 그곳에서 쉽게 내리지 않으니. 그리고 넌 존 콜트레인을 들을 자격이 없어. 넌 존 콜트레인을 들을 자격이 없어. 콜트레인의 색소폰을 불태우자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넌 정말 자격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