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스토리 - 일상
폰으로 주로 뭘 하세요?
통화, 카톡, 유튜브, 인스타, 음악감상, 사진, 웹툰.
굳이 최신폰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기능들 아닐까요?
폰을 바꿀 때 애플과 삼성이 수천억을 쏟아부으며 업그레이드시킨 기능보다는, 최신이라는 단어에 더 이끌립니다.
얼마 전 최신 아이폰으로 바꾸었는데, 쓰던 요금제에서 각종 혜택을 추가하니 요금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최신폰으로 안 바꿀 이유도 없어 보였습니다.
평소에 할 일들은 노트에 써서 관리합니다.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가장 편했습니다.
순서대로 써놓고, 하나씩 지워갑니다.
밀린 한두 개를 맨 뒤 칸으로 옮겨적고, 해당 페이지에 동그라미를 그려 클리어합니다.
같이 일하는 분과 폰의 최신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폰에 있는 기본 앱들이 웬만한 앱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써본 일도 없고, 써야 할 필요성도 못 느낀 '미리 알림'.
아침마다 깨워주는 알람 기능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유튜브로 해당 기능에 대해 공부해 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노트에 써서 관리해야 할 일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떠올려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매번 노트에 쓰기도 번거롭고, 비서처럼 누군가 관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미리 알림'이 바로 그런 기능을 가진 앱이었습니다.
할 일들을 분류하고, 각 항목을 세부적으로 설정합니다.
제목 밑에 간단히 내용을 적고, 관련된 링크도 붙일 수 있습니다.
매주, 매월, 매년 알림 주기를 설정합니다.
내가 어디 있을 때 알림을 줄 것인지 장소 설정도 가능합니다.
모두 26개의 할 일이 정리되었습니다.
이 일들이 평소에도 뇌의 회로에 머물면서 꾸준히 에너지를 소모시켜 왔습니다.
막상 해보면 별일 아닌데, 하지 않으면 숙제가 되는 그런 일들입니다.
생각은 마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듭니다.
머릿속이 생각으로 꽉 차 있으니 일상은 늘 바쁩니다.
언제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편히 머리 식히며 살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회의를 하고 돌아오면서 밀린 회의록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퇴근할 때까지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반복됩니다.
회의하면서 요약한 내용들은 카톡에 정리되어 올라옵니다.
복사해서 붙이고, 조금만 수정하면 끝인데 그걸 못합니다.
딕션연습은 15분이면 됩니다.
매일도 아니고, 매주 한 번만 하자고 다짐했는데, 그걸 못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눈에 띄는 딕션연습을 정리해 놓은 클리어파일을 볼 때마다 딕션연습을 떠올립니다.
오늘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트레스가 됩니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 구글 'Keep'에 쓰려고 메모해 둔 글감이 수십 개입니다.
조금만 다듬어 올리면 되도록 정리해 논 글도 몇 개나 됩니다.
매주 1개씩만 올리자는 결심이 지켜지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미리 알림을 쓰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나는 게으름이었습니다.
부지런함은 머릿속의 생각들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습니다.
날짜가 지난 마리 알림은 빨간색으로 바뀌고, 지난주의 할 일이 이번주 할 일을 덮습니다.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을 정작 하고 살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로 설정한 몇 개는 격주로 바꾸고, 할 일들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바쁘다는 생각에 매몰되기보다는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바쁘게 산다고 느끼지는 않는지?
잠시 앉아 밀린 할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면, 10톤의 압력이 7, 4, 2로 줄어듭니다.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채웠던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밀린 일들이 오늘에 들어오지 않도록.
지금 해야 할 일들을 내일로 미루지 않도록.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지금의 생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필요치 않은 일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뇌의 공간에 여유가 생기도록.
편히 사는 방법은 눈앞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