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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Dec 15. 2015

일어났으면 제발 알람을 좀 꺼줘

층간소음은 집을 지옥으로 만든다


층간소음.

이거 잘못 걸리면 집은 홈스윗홈이 아니라, 지옥이 된다.


나는 소리에 좀 예민하다.

게다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정말 취약했다.

한밤중에 거실을 걸으면, 킹콩이 내딛는 것처럼 온 집안에 쿵쿵 쿵쿵 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얼마 전 윗집 가족이 바뀌었다.

주인장으로 예측되는 12시에 귀가하는 사람은, 늦은 밤 뭘그리 할 일이 많은지 쉴 새 없이 쿵쿵거리며 거실을 돌아다녔다. 처음 1달 동안은 12시가 넘은 한 밤중에, 미쳤는지 귀신이 씌었는지 끼익 끼익 가구를 옮기고 다니는 통에 TV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아침에는 또, 일찍 출근하는 누군가 있는지, 6시만 되면 안방에서 TV 뉴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2시 넘어 자는 주인장을 배려한다면, 그냥 조용히 출근준비를 할 것이지, 왜 아침부터 TV를 켜고 난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제일 참기 힘들었던 건, 아침 7시부터 3~5분간 징~ 징~ 거리는 알람진동음이었다.


밤늦게 시끄러울 때는 경비실에 연락하거나, 윗집에 찾아올라가기도 했지만, 소음은 완전히 박멸되지 않았고, 숙면이 필요했던 나는, 소음폭격과 싸우는 대신 3M 귀마개를 선택했다.

하지만, 아침 7시 알람은 소음이 아니라 지진 수준이었다. 그 진동음은 내가 누운 침대를 타고 내려와, 윙~하고 울리면서 귀마개까지 뚫고 들어왔다.


그런데! 나를 최고로 열 받게 하는걸,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이 인간은 절대로 알람을 끄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말소리가 들리고, 일어났음이 분명한데, 알람은 계속 켜놓고 있다.


뛰어올라가서, "일어났으면 제발 알람 좀 끕시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아니면," 제발 다른 알람 좀 써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아침 지옥을 만들어주던 이 소음의 정체는 의외의 상황에서 밝혀졌다.

아내가 ‘비데’ 없는 집이 없다며, 안방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했고,

징~ 징~ 모터소리를 듣는데, 묘하게 익숙했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휴대폰 알람음이 진동이라니 대체 무슨?


매일 아침 7시쯤 윗집의 누군가는 화장실을 사용했고,

비데 모터소리는 벽을 타고, 징~ 징~ 하는 소음과 함께 침대까지 전달되었던 것이다.

소리의 정체가 밝혀지자, 징~징~ 소리에도 나는 더 이상 깨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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