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의 특별한 인생 2막 도전기 ep.12

눈물의 선크림!

by 한스브로

사회 초년생 때까지만 해도

남자임에도 피부가 백옥 같다느니,

꿀 발랐냐느니, 물광 낸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니코틴과 알코올에 빠져 살며

관리를 안 해도 좋았던 피부가

지금은 주름이 자글자글!

마음은 쭈글쭈글 ㅡㅡ;

인생 1막 때 선크림도 안 바르고

햇볕이 강한 현장생활을 하면서

1차로 망가졌는데,

인생 2막에서 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피닉스에서도 선크림을 안 바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린

의지의 상남자!


마눌님이 이런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남자는커녕 쌍남자라며

육두문자를 날릴 것 같다.

사실 인생 2막 때는

나름 피부관리를 해보겠다고

피닉스의 강렬한 태양에 대해 익히 들어

선크림도 준비해 가서 초반에는 귀찮고 불편했지만 가끔 선크림을 발라주며

나름 열심히 관리를 하였다!

그런데 선크림과 나의 피부와의 동거생활은 오래가지 못하고

선크림을 증오하게 된 사건이 발생! ㅎㅎㅎ

PPL(Private Pilot License, 자가용조종사자격증) 과정에서는

3번의 학교 자체 체크가 있고,

3번의 체크를 통과해야

PPL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각 단계의 체크를 통과하지 못하면

추가 비행연습을 하고 재시험을 봐야 해서

과정이 늦춰지기 때문에

한시가 급했던 나는 한 번에

각 단계의 체크를 통과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체크 중에

그것도 첫 번째 체크인데,

역대급 전무후무하게 체크를 떨어지는

선크림의 전설을 만들어버린 나!

이날의 기억은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며,

아마 나중에 나이 먹고 다른 건 잊더라도

이날의 선크림 사건은 절대 안 잊을 것 같다.

피닉스의 태양은 아침부터 아주매우 강렬한데 이날은 유독 더 강렬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안되려면 정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평소에는 발라도 살짝살짝 바르던 선크림을

이날은 무슨 생각으로 듬뿍듬뿍

얼굴에 떡칠을 했는지 ㅎㅎㅎ

첫 번째 체크는 Solo flight

즉 혼자서 단독비행을 나갈 수 있는지

기본적인 매뉴버와 이착륙,

여러 가지 비상상황 관련 이론에 대한 구술테스트와 비행 실기 테스트로 나뉜다.

이날 아침에 구술테스트를 먼저 잘 마쳐서 시험감독관과 기분 좋게 비행을 하러 나갔다. 이날의 날씨는 영화 신세계에서 중구형님의 명대사

가 생각나는 '비행하기 딱 좋은 날씨네'였다!!!

그런데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 경미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평소와 달리 선크림 떡칠도 부족해

선글라스도 안 챙겨 온 나!!

내 선글라스는 도수가 들어가 있어서 다른 친구들한테 빌리지도 못하는데,

보통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스페어 선글라스도 비행가방에 준비해 놓는데

하필 이날은 2개 다 챙기지 못한 상황이!

태양이 강해서 선글라스가 없으면

불편하긴 해도 비행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

일단 고고고!!

비행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본격적인 실기테스트 시작!!

그런데 이때가 5월이었음에도

이미 30도는 가뿐히 넘겨주는 피닉스의 열기와 미친 듯이 강렬한 태양에

좁디좁은 칵핏(조종석)이 달궈지기 시작하면서 사우나에 들어있는 느낌도 오기 시작!

원래 땀을 잘 안 흘리는 체질이지만

땀이 안 날 수가 없는 피닉스의 날씨에

첫 체크에 대한 긴장 때문인지

나의 땀샘도 열리기 시작!

관제탑과 교신도 잘하고 이륙활주로로 유도받아

잘 가고 있었는데, 이날의 이륙 활주로 방향이 하필 또 해를 마주 보는 방향!


(깨알항공꿀팁 1)
이착륙의 활주로 방향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데, 보통 맞바람을 맞으면서 이륙하고 착륙하는 방향으로 결정


'Clear for takeoff runway 07R'
7번 활주로에서의 이륙허가를 받고,

엔진 풀파워로 이륙시작!

이마 위에서 땀도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


(깨알항공꿀팀 2)
활주로 뒤에 붙은 번호는 방위각을 의미!
07은 70도 방향으로 이착륙하는 활주로이고
반대방향은 180도를 더한 250도 방향으로 25로 표현! 그런데 같은 방향으로 활주로가 2개가 있으면, 왼쪽은 L, 오른쪽은 R을 붙임!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지고

안정된 각도로 상승을 하기 시작!!!

그런데 정면에서 비치는 강렬한 태양으로

눈도 뜨기 어려워지고 설상가상으로

선크림으로 범벅된 땀이 눈으로 들어가서

눈이 매워지며 눈물도 주르륵주르륵!

나의 왼손은 조종간을

오른손은 쓰로틀이라는 엔진파워를 조절하는 레버를 잡고 있어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조종간을 잡고 있던 손을 뗄 수 없어서

어깨로 눈물을 훔치는 순간 조종간이 당겨지며 안정적인 상승률을 벗어나며, 이륙 중에 fail! 그리고 바로 감독관에게 조종간을 넘기고 내려오는 어이없는 체크가 끝나버렸다!

이건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동 키고 출발선에서 출발과 동시에 떨어진 거나

다름없는 상황!!ㅡㅡ;;

이렇게 울면서 비행하는 상황이

하필 첫 번째 체크 때 발생하다니!!

하늘에 올라가 배운 것들을

좀 하다가 떨어졌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하늘에 제대로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떨어지니 나는 물론이고 기다리고 있던

나의 교관도 모두 어이없는 상황!

나의 첫 번째 체크는 이렇게 어이없이 끝났고,

사실 보충비행을 할 것도 없었지만

체크에 떨어지면 보충비행을 하고 나서

재시험을 봐야 하는 절차에 따라

추가비행 후 다시 체크를 보고 패스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선크림 한 가지의 원인으로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이 사건 후 그렇지 않아도 선크림을 바른 후 뻑뻑한 느낌을 싫어했던 나는 더더욱 선크림을 안 바르게 되었다.

특히 이후의 체크 때는

선크림은 무조건 사양! ㅎㅎㅎ

이렇게 강렬한 태양아래 피부노화를

가속화시키게 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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