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의 특별한 인생 2막 도전기 ep.17

물은 물일 뿐, 피보다 진할 수 없던 물

by 한스브로

나의 MBTI는 ESFJ!

맞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그런데 친구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성향이 강한 E타입은 맞는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과거에는 극 E, 지금은 스몰 e!

극 E에서 스몰 e로의 변화가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나의 인생에서는 역대급 변화로 다가왔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미국에서 비행교육 중에 느꼈던 인간관계의 덧없음도 크게 기여했던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지금 같이 사는 그분께서는

결혼 전 연애당시를 생각하면

그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콩깍지가 벗겨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혈압 급상승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중 하나가 단둘이 만나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 만나는 자리로 불러내거나,

둘이 만나서 친구들 모임에 같이 가거나

둘 중에 하나였던 듯!

덕분에 그분도 내 친구들의 친구가 되었다.

당시 나는 해외 파견근무 중이어서

1달에 1~2번 정도 잠깐씩 서울에 올 수 있었고, 그분도 이런 특별한 상황에 대해 이해를 잘해주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친구가 그리 좋으면 친구랑 살지 자기랑 왜 결혼하느냐며 인내심이 폭발하기도!!! (결혼썰만 풀어도 영화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예사롭지 않은 에피소드 10개는 풀 수 있지만 다음 기회에!)

단편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친구 좋아하는 극 E가 아니라고는 못할 듯!

나는 내 인생에 친구라는 존재가 가족만큼,

때로는 가족이상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싸우기도 많이 싸우면서

서로의 많은 것을 나눈 형제같은 친구가 있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결정할 때

친구가 먼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도움이 됐을 정도였다.


친구가 유학 가있는 동안 어버이날이나 명절 때는 물론이고 수시로 친구의 부모님을 찾으며

아들 노릇을 대신했고, 결혼 전에 와이프도 인사시켜 드리며 '나는 두 집 살림 중이다.'라고 아찔한 선포를 하기도 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진심 물이 피보다 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비행면허를 따러 미국에 유학 간 것이

이런 생각이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는 것과 그동안의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가치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에 에피소드에서처럼 나는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짧은 시간에 비행유학을 결심하고

준비하여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 마음이 더 복잡했던 것 같다.
갓 돌 지난 아이의 아빠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1/3, 그동안 살아오면서 하고자 했던 것은 대부분 이루었던 자신감 1/3, 짧은 준비기간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 1/3 정도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구 앞에서도 이런 복잡한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다. 심지어 마눌님한테도 이런 복잡한 마음을 터놓으면 마음의 짐을 지어주게 될 것 같아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 마눌님과 돌배기 아들을 서울에 두고 먼저 미국으로 떠났고,

현지에서 만난 동기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지만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이런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지는 않았다.

이런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이 항상 마음속에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이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는

형제같은 친구에게 가끔 전화를 걸어

넋두리를 풀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화 넋두리로는 한계가 있어

소주 한잔 나누며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주말에도 비행교육이 있어

내가 친구에게 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보다 유학생활도 오래 하여

이미 안정된 생활 중인 친구에게

피닉스로 한번 오라 했지만,

비행기로 3~4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친구도 주말에는 아이를 케어해야 해서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때까지 나는 미국땅이 크긴 해도

같은 미국이라 물리적 거리는 멀었지만

심리적 거리는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후 몇 차례 주말에 전화를 하면

어찌나 타이밍도 잘 맞는지

모임에서 소주 한잔 건아하게 걸치고 있어,

통화도 쉽지 않았다.

현지 유학생들과의 네트워크도 중요하니

이 정도야 웃으며 넘어가주는 센스!

그런데 이후

'물이 피보다 진해질 수 없겠구나!'라고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가 생겼다.

어린 시절부터 누나가 없던 나에게

거의 친누나 같던 친구의 누나도

미국의 다른 지역에 거주 중이었다.

친구의 부모님이 누나집을 방문하시고

친구네 가족도 꽤 장시간 누나집을 방문하여

함께 여행하는 것을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생각을 해보았다.

나라면 다른 동기들과의 주말 모임

한 번은 빼고 1박 2일 짧게라도

찐친과 만나 회포를 풀었을 테고,
나라면 누나집 가는 길이나 오는 길에

피닉스를 경유지로 코스를 계획했을 테고,
나라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나는 그랬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다고

나만 가족 같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즈음

마눌님이 드디어 18개월 된 주니어와 함께 미국생활에 합류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었고 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나는 3개의 교육과정 사이에

2번의 짧은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겠지만,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아래

마눌님이 가고 싶어 하던 멕시코 칸쿤과

주니어가 좋아할 만한 LA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결국 그 친구와는

한 번도 못 만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는 친구뿐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이타적으로 살아오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았다.
이러한 과정 중에 알게 모르게 남에게는 관대하고

오히려 가족에게는 엄격했던 것 같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넓고 다양한 인간관계가

나의 장점 중에 하나라고 여겼었는데

허울뿐인 인위적인 관계도 많았던 것 같았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 후

나는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먼저 최선을 다하고,

남의 의견보다는 마눌님의 잔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추구하고자 마음 먹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나 스스로 생각하면

이런 다짐을 잘 지켜온 것 같은데,

눌님은 아직도 멀었다며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이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지금 사춘기에 접어든 나의 주니어도

부전자전인지 친구라면 간, 쓸개 다 내어줄 듯 친구를 좋아한다.

나의 주니어가 친구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우선이라는 것을

나보다는 조금은 빨리 깨닫기를 바라며

오늘의 에피소드를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