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의 가장 큰 허들을 넘다!
FAA(미국연방항공청) 시험을 볼 때, 감독관만 태우고 비행을 해도 마음이 쫄리는데, 감독관의 감독관까지 태우고 비행을 해야 하는 전무후무한 상황에다가 Short field Takeoff 지시를 받고 출발준비를 하는 중에 출발대기가 길어지는 상황이 더해지며 비행기가 살짝 밀리면서 어이없게 이미 Fail을 당했던 지난 이야기(ep.24)를 이어가려 한다.
담배를 함께 피우며 Fun비행을 하자던 감독관은 본인도 평가를 받는 상황이 되니, 구술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FM대로 엄격해도 너무 엄격한 PTS(Practical Test Standards, 평가기준)를 적용하였다.
그래서 비행을 계속 이어갈지 말지를 선택하라 했을 때 고민이 되긴 했다. 어차피 이날 시험 패스를 못하고 재시험을 보는 것은 확정이고, 재시험 때 감독관의 감독관이 안 탄다면 쉽게 끝날수 있을 것 같아서 중단을 할까 싶은 마음 반! 이미 활주로까지 들어왔는데 비행을 이어갈까 싶은 마음 반!
곧 관제탑에서 이륙지시가 떨어질 상황이라 길게 고민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했고, 비행을 이어가며 재시험 볼 비행과정을 최소화하자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감독관에게 'go' 하겠다고 decision making 의사를 전하자마자 관제탑에서 'Seminol ooo, Short field Takeoff approved, Clear for Takeoff runway 07R' 이륙허가 콜이 들어왔고 나는 관제탑에 Read back(복창)과 함께 이륙을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이륙보다 상승각을 크게 해야 했기 때문에 조종간을 더 많이 당겨서 상승을 시작했는데,
이때 조종간을 당기던 손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이륙 후에는 연습공역으로 가서 그동안 갈고닦은 여러 가지 maneuver를 평가받았다. 그러나 연습할 때 가장 자신 있었던 Steep turn이라고 45도의 뱅크(비행기를 옆으로 45도 기울인 각도)로 360도를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동이 있는데, 여기서 또 감독관이 fail을 외쳤다! ㅡㅡ:;
45도의 뱅크를 주면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고도가 떨어지고 속도가 빨라지는데 일정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며 1바퀴 턴을 하는 것이 Steep turn의 키포인트이다.
거구의 형님이 뒷좌석에 탄상태에서 turn을 하니 평소 교관과 둘이 타고 비행할 때보다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CG(무게중심)가 평소보다 뒤로 이동해서 확실히 조종간을 당기는 감이 달랐지만, 나는 외부의 지평선 기준을 잡고, 내부의 계기를 함께 스캔하면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며 잘 끝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도에는 문제없었으나 속도가 잠깐 기준을 넘었다며 fail을 준 감독관! 넘었다니까 내가 놓친 사이에 잠깐 넘었나 보다 하긴 했지만 지금도 살짝 의문이 들긴 한다.
이렇게 나는 어이없이 이륙에서 한번, 가장 자신 있던 Steep turn에서 한번 초반부터 두 번의 fail을 당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히려 이후의 다른 mauever와 비상상황 대응, 착륙 등 나머지 과정은 모두 합격을 하였다.
이렇게 비행을 마치고, 뒤에 탔던 거구의 형님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에 떨어진 나에게 좋은 비행이었다며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감독관과 둘이서 대화를 나누러 먼저 떠났다.
거구의 형님은 비행 중에 정말 투명인간처럼 한마디 말도 없이 비행과정을 지켜만 보았는데, 우리 집 마눌님 2배가 넘을 것 같은 무게감은 절대 투명인간 같지 않아 나의 시험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감독관과의 Debriefing 시간! 이날 비행에 대한 평가를 해주었는데, 일반적인 연습상황과는 다른 상황이었지만 Short field Takeoff와 Steep turn에서 이미 앞에서 밝힌 이유로 합격시켜 줄 수 없었고, 다른 과정은 Commercial pilot으로 이미 충분하다며 또 과장된 칭찬을 하면서 fail된 2가지만 재시험을 보자며 Debriefing을 마치면서 비행시험을 마무리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fun비행을 하면서 FAA 시험을 통과하여 Commercial Pilot이 될 줄 알았는데, 거구의 형님이 따라오면서 Fun비행은커녕 구술테스테에 이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 않는 FM으로 시험을 치르고, 가장 자신 있던 매뉴버에서 fail 되어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 있는 2가지만 재시험을 보면 돼서 안도감도 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시험을 마친 후 애연가들에게 항상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흡연장에서 감독관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감독관과 줄담배를 피면서 자신도 오늘 거구의 형님이 따라온다 해서 깜짝 놀랐고, 오늘 시험이 어려웠을 텐데 잘 치렀다며, 다음 비행은 재미있게 fun비행을 하자며 인사를 했고, 나는 그놈의 fun비행이 뭐라고 그런 거 안 해도 되니까 빨리만 붙여달라고 속으로 말하며 헤어졌다!
시험에 떨어지면 떨어진 부분에 대해 보충비행을 하고 교관의 사인을 받아야 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마지막 FAA시험에서 전무후무한 상황들과 '유쥬얼서스펙트' 뺨치는 반전이 겹치면서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서 교관에게 부탁하여 바로 다음날 보충비행을 하고 재시험 일정을 최대한 빨리 잡았다.
그리고 다시 만난 감독관! 이제는 'Hey, bro~'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날릴 뻔할 정도로 친근감이 생겨버렸다! 감독관과 나는 자연스럽게 담배친구가 되어 비행 전 담배를 피우며 오늘의 비행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오늘은 감독관의 감독관은 없다며 우리 둘만 비행 나가면 된다고 말하는 표정이 나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 동서양을 떠나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시험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말모말모!!! 그리고 나는 Short field Takeoff와 Steep turn만 하고 나머지는 감독관이 다 하겠다면서 비행을 즐기자며 비행기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비행 전 준비를 평소와 같이 하고, 비행기에 오르니 감독관이 나에게는 편안하게 있으라며, 본인이 직접 활주로까지 택시를 하다가 활주로 진입 전 나에게 비행기 컨트롤을 넘겼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마지막 이륙을 힘차게 날아올라 체크리스트까지 끝내고 나니, 감독관이 'Gooood job, great'를 외치며 다시 컨트롤을 가져갔다. 일단 Short field Takeoff 는 패스한 것이었다.
그리고 연습공역까지 가는 동안 마지막으로 애리조나의 풍경을 잘 즐기라 하였다. 나는 이날 시험이 잘 마무리되면 바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터라 나의 계획을 알고 있던 감독관이 배려를 많이 해주는 것 같았다. 느낌상으로는 Steep turn을 하다가 실수를 하면 잘할 때까지 시켜서 오늘은 꼭 패스시켜 줄 것 같았다!!ㅎㅎㅎ
비행하면서 항상 보던 풍경이었지만 이 날따라 유독 이국적이었던 지상의 사막풍경을 즐기는 사이 연습공역에 도착하였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나에게 컨트롤을 다시 넘겨주었다. Steep turn은 사실 변수만 없으면 걱정이 안 되는 기동이었고, 변수 없이 1바퀴 돌고 나니 감독관이 'Congratulation'을 외치며 다시 컨트롤을 가져갔다. 드디어 인생 2막에 도전하며 가장 큰 관문 중 하나인 CPL(Commercial Pilot License, 사업용조종사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것이었는데, 꿈은 아닌지 뺨을 한번 꼬집어보고 싶었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중에도 감독관이 비행을 하였고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Fun비행을 즐겼다. 비행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마음이 편했던 비행이 이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공항에 거의 도착했을 때 랜딩은 내가 직접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감독관은 기꺼이 나에게 컨트롤을 넘겨주었고, 나의 CPL 취득을 자축하는듯한 정확하고 소프트한 역대급 랜딩으로 비행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감독관과의 Debriefing시간에 최종적으로 CPL 시험 합격을 통지받고, 감독관이 임시면허증도 발급해 주었다.
임시면허증을 받는 순간 비행교육 과정들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갖고있던 조급함과 불확실한 도전을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렸던 마음속 스트레스가 한겨울 쌓인 눈이 녹듯이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계획보다는 늦어졌지만 인생 2막 도전을 결정한 지 22개월 만에, 교육 시작한 지 18개월 만에 CPL자격과 3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쌓은 나 스스로에게 이 순간만큼은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Debriefing이 끝나고 나오니 교관이 막대기 두줄의 견장을 채워주었고, 나의 우여곡절 많았던 시험에 대해 아는 학교 내의 많은 예비파일럿들과 교관들로부터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았다. 내 평생 가장 축하를 많이 받았던 때가 이때이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이렇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인생 2막의 가장 큰 허들인 CPL 자격을 취득하였고, 눈물겨운 미국에서의 교육과정을 마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