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피닉스 5형제!
내가 다녔던 비행학교의 교육생은 2가지 그룹으로 나뉘었다. 나처럼 CPL자격까지만 취득하고 LCC(저가항공사)에 지원하려는 그룹과 ep.9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CPL 취득 후 교관과정을 거쳐서 1,000시간의 비행시간을 쌓은 후 대형항공사에 지원하려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나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겠지만 30대 중반도 꺾이고 후반으로 달려가던 시점이어서 선택의 여지없이 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목표로 했던 CPL취득 후 나는 바로 귀국을 해서 미국 조종사자격증의 국내전환과 항공사 지원을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하여야 했다.
그래서 나는 CPL시험을 통과하면 바로 귀국을 할 수 있게 살던 집과 살림, 차까지 정리를 해야 했고 마침 나의 원래 FAA시험 일정에 딱 맞춰 인수를 원하는 인수자가 나타나 정리를 하였다.
그런데 앞의 ep. 에서처럼 FAA 시험이 꼬이면서 약 2주 정도 호텔노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원래는 마지막 FAA시험이 끝나면, 과정을 빨리 마치고 돌아가겠다는 마음 때문에 그동안 미뤄놨던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여행 후 귀국을 하려고 계획했었다. 미국에 와서 매일 뜨거운 태양아래 사막과 선인장만 보다 보니 내가 미국에 와있는 건지 중동지역에 와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서 마천루가 즐비한 미국의 심장 뉴욕은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시험과정에서 미국의 심장 뉴욕은커녕 새로운 욕만 나오는 심장 박동수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지며 2주간 호텔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한 지붕 세 가족처럼 지내던 동생네 가족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호텔생활보다는 나을 것 같다며 우리 가족과의 합숙생활을 제안했다.
우리 가족 포함 세 가족의 주니어들이 나이도 비슷하고 엄마들의 나이도 비슷하고 짝짜꿍이 잘 맞아서 같은 단지에 살면서 낮에는 공동육아를 하며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네 이웃처럼 지냈는데, 그중 한집에서 제안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친하다지만 서로 불편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호텔방보다는 편한 방을 사용할 수 있고, 어차피 호텔생활을 해도 하루의 반이상은 이들과 보낼 것 같았기 때문에 호텔비를 생활비에 보태는 것으로 하고 약 2주간 합숙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합숙기간 다른 한집도 잠만 자기 집에서 자고 저녁까지 공동육아를 연장하고 저녁식사도 같이 하면서 진짜 가족 같은 생활을 하며 더욱 친해졌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이런 세 가족에는 5명의 주니어들이 있어서 나는 이들을 피닉스 5형제라고 불렀다. 똘똘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1호, 미모를 책임지는 2호, 분위기 메이커 3호, 귀염폭발 4호, 엉뚱 발랄 5호까지 성격과 외모가 제각각이지만 5형제처럼 같이 생활하며 공동육아의 시너지가 뿜뿜하였다!
이중 우리 집 주니어 3호만 혼자고 1호와 4호가 자매, 2호와 5호가 남매였는데, 형제가 없던 3호에게는 4형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과도 같았다.
사실, 아빠들끼리는 우리 집 3호의 미래를 약조할 의향도 교환했지만, 아들사랑이 극진한 우리 집 마눌님이 올가미 같은 시어머니가 될 것 같다며 다른 집 엄마들한테 당차게 거절을 당하며 피닉스 5형제로 남기로! ㅎㅎㅎ
FAA시험이 꼬이면서 CPL 자격취득도 늦어지고, 계획했던 동부여행도 못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전화위복으로 한 지붕 세 가족의 좋은 추억과 피닉스 5형제를 결성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을 떠나올 때 동부여행을 못한 것보다 한 지붕 세 가족과 피닉스 5형제의 해체가 더욱 아쉬움이 컸었다.
그래도 해체가 오래가지 않았다. 한집은 내가 돌아오자마자 얼마 후 곧 귀국을 하였고, 한집은 교관과정을 마치고 1,000시간의 비행을 채우고 돌아와 피닉스 5형제는 재결성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나는 미국에서의 시원섭섭한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와 항공사 취업을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FAA시험 만큼이나 반전있는 취업준비 에피소드는 다음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