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의 특별한 인생 2막 도전기 ep.27

인생 2막, Ready for Takeoff!

by 한스브로

우리 가족은 언제든 귀국할 수 있도록 준비가 다 끝난 상태로 스탠바이를 하고 있다가 CPL(Commercial Pilot License, 사업용 조종사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야반도주하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돈 떼먹고 튀는 것이 아니라서 곧 다시 한국에서 만날 친구들이지만 잠깐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인사는 하고 튀었다!


정확하게 18개월 만에 돌아온 건데 18년같이 느껴졌던 미국 생활이었던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계획보다 몇 달 늦춰진 것이 나의 인생을 뒤흔들 만큼의 영향은 없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조급한 마음에 늦춰지는 하루하루가 1주, 1달 때로는 1년같이 느껴졌던 것 같았다.


이렇게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나이의 핸디캡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CPL을 땄다고 바로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FAA시험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구술시험과 비행실기시험을 통해 한국면장으로 전환을 해야 했다. 이에 더해서 항공법 시험 통과, 영어점수 취득 등 한국에 돌아와서도 준비할 일이 많았고 이런 준비를 빨리 마쳐야 항공사 지원이 가능하였다.


그런데 어찌나 타이밍도 잘 맞췄는지 내가 비행을 시작한 2014년까지는 미국에서 CPL을 취득하면 국내에서 항공법시험만으로 국내면장으로 전환이 가능했었는데, 내가 비행교육을 받는 사이 안전에 관한 문제가 국가적인 큰 이슈가 되면서 국내면장 전환절차가 강화되며 구술시험과 비행실기시험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누군가 나의 인생 2막 도전 과정 과정마다 따라다니며 생각지 못한 퀘스트를 던져주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는 이런 준비를 3개월 내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귀국하자마자 면장전환, 항공법시험, 영어점수 취득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우선 국내에서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신체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고, 여전히 건강한 신체로 이 정도는 가볍게 통과 후 태안에 있는 비행장에 면장전환 과정을 신청했다.


국내에서 비행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곳이 울진과 태안에 있었고 나는 일정과 집에서의 거리 등을 고려하여 태안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면장전환을 위해서는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약간의 차이가 있는 국내절차와 지형숙지 등을 위해 10시간의 비행 후 시험이 가능하였다.


내가 비행했던 피닉스는 365일 중에 300일이 시계비행(눈으로 보면서 하는 비행) 가능한 기상조건이어서 하루 2시간씩만 비행해도 1주일이면 충분히 10시간을 채웠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정과 구름상태 등 기상조건과 비행슬롯을 고려하면 1주일에 2시간 비행도 다행일 정도로 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계절적 영향도 있었지만 내가 면장전환 신청했을 때는 그랬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단축을 위한 방법으로 대학 다닐 때도 생활해 본 적이 없는 기숙사에 머물며 비행 스탠바이 상태로 며칠을 대기하기도 했었다.


10시간 비행 대부분이 비행장 주변에서 미국에서 익혔던 여러 가지 기동과 이착륙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지만 일정거리 이상을 다녀와야 하는 크로스컨트리 비행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면장전환 과정에 이과정이 왜 포함되어 있는지 이해는 안 됐지만 시간을 안채우면 시험을 볼 수 없어서 자동차 드라이브 하는 것처럼 비행기 드라이브한다 생각하고 다녀오긴 했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륙하고 잠깐이면 내려야 돼서 일정거리가 잘 안 나오긴 한다. 그래도 어딘가를 다녀와야 했는데 태안에서 갈 수 있는 무난한 곳이 무안공항이었다.


거리상으로 얼마 안 되긴 했지만 내가 비행대기하는 기간 태안에서 무안까지 비행이 허락되는 날씨와 슬롯이 안 나와서 기숙사 대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집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총알택시 수준으로 급하게 내려가기도 하면서 간신히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크로스컨트리 과정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군 관제사들의 목소리는 녹음테이프처럼 똑같았다는 것이다. 무안을 가다 보면 미군기지가 있는 군산을 지나야 했고 일부 공역의 관제를 미군이 하고 있었는데, 피닉스의 군관할 구역을 지날 때 교신 마지막에 'Goood day'라고 인사를 해주던 미군 관제사의 목소리와 톤까지 완전 똑같았다. 간만에 듣는 목소리에 'Long time no see'라고 할 뻔!!! ㅎㅎㅎ


이렇게 10시간의 비행을 채우고 전환시험을 마치는데 결국 1주일이 아닌 1달이 걸렸지만, 길어진 대기시간 동안 항공법을 공부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냈던 것 같다.


항공법 시험은 기본적인 내용은 미국 FAA의 규정과 비슷하여 내용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쓰이던 항공용어의 우리식 표현이 익숙지 않아서 이 부분이 오히려 공부하기 까다로웠다. 그래도 미국에서 영어로 시험 보는 것보다는 할만해서 한 번에 패스할 수는 있었다.


이렇게 2가지의 준비를 마치는데 1달이 조금 더 걸렸고, 토익점수 취득만 남겨진 상황!!


사실 나는 지금도 미국에 다녀왔으니 영어를 좀 하지 않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나는 미국에서 영어를 배운 게 아니고 기술을 배워왔다고 이야기한다! 앞의 에피소드에서처럼 영어로 보는 시험을 영어실력이 아닌 단순무식하게 암기로 통과한 1인이기도 하면서 생존영어만 간신히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여 년 만에 토익을 공부하는데 3개월 내에 지원자격인 800 이상 점수를 받아야 해서 또다시 암기력 총동원!!! 암기력 총량의 법칙을 적용하면 비행시작 후부터 2년간 평생 필요한 암기력의 50%는 사용한 듯! 그 덕분에 지금은 암기력이 거의 제로가 된 듯! 공부는 역시 제 때에 해야지 때를 놓치면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것 같았다.


어쨌든 필요한 점수는 만들긴 했는데, 첫 번째 점수가 가장 높이 나오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수가 떨어지는 신비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 3번만 시험 보고 고득점은 깔끔히 포기!


나는 이렇게 국내에서의 면장전환 등을 하며 본격적인 인생 2막 이륙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