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의 특별한 인생 2막 도전기 ep.28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by 한스브로

뒤늦은 나이에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인생 2막에 도전하여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의 면장전환까지 마치고 드디어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 조종사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 완료!

인생 2막 결심 후 준비기간 포함 딱 2년 만에 거침없이 질주하여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인생 2막을 위한 이륙준비가 끝나고 트리거만 당겨지면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리거가 될 LCC 조종사 채용공고가 뜨기를 기다리며 항공사 시험에 대비하여 같이 교육받았던 동생들과 스터디도 하고, 시뮬레이터 시험 준비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 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채용공고가 떴다. 내가 지원할 수 있었던 LCC가 3개에서 4개 정도였는데 그중 가고 싶었던 2곳 중 1곳이었다.

그런데 공고를 본 순간 그동안의 기대와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역대급 인생 멘붕이! 전년까지도 없었던 나이 제한이 생겨서 나는 지원 자격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공고를 몇 번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결과는 변함없었고 읽을수록 속만 쓰렸다.

10년 전이라 하더라도 연령, 성별, 출신 등 채용과정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채용공고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 비용이 허공에 허무하게 날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담당자의 실수로 서류라도 패스시켜 주기를 바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자격을 무시하고 일단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예상대로 서류에서 탈락하며 첫 번째 지원에서 고배를 마셨다. 첫 번째 지원에서 나이 제한이라는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서류통과도 못하고 나니, 다른 항공사 역시 나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기 시작하기도 하였다.

내가 비행교육을 시작하기 전에는 LCC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조종사 수요가 급증하여 만 40세 전이라면 나이가 허들이 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내가 교육을 받던 2014~15년은 나처럼 미국에서 면장 취득 후 국내 면장으로 전환하여 지원하는 조종사 공급도 크게 증가하여 항공사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동일 조건이라면 나이가 많을수록 핸디캡으로 작용하였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첫 지원에서 무한도전 박명수씨의 명언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를 뼈저리게 느끼며 지체 없이 다음 지원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항공사에게 가차 없이 소심한 복수를 하기 위해 10년간 한 번도 이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