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의 특별한 인생 2막 도전기 ep.32

3전 4기

by 한스브로

상반기 조종사 채용시즌이 휘몰아치고 나니 함께 조종사를 준비하던 친구들 중에 1/3 정도가 항공사에 합격하여 입사준비를 하고 나를 포함한 2/3 정도는 하반기 지원준비를 하였다.


사실, 합격률만 고려하면 인생 최악의 슬럼프에 빠질만큼의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핸디캡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짓누르는 마음의 무게는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이런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1년 같이 느껴졌다.

항공지식을 심화하기 위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펼치면 유체이탈이 되면서 정신은 심오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가 하면, 영어점수를 올려볼까 하고 토익책을 펼치면 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ㅜ.ㅜ


이렇게 공부도 안돼서 도서관에 앉아 생활비 좀 벌어보겠다고 얼마 안 남은 잔고로 주식 단타를 치다가 마이너스의 손 인증까지! 마이다스의 손도 모자란 판에 마이너스의 손이라니 정말 킥이었다! ㅡ.,ㅡ;


집에서 안쫓겨 나면 다행인 상황이었지만 보살님 같은 마눌님의 인내심이 아직 극에 달하지 않아 쫓겨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왠지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자꾸 스스로 집을 나서며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춘기 소년과 같이 방황 아닌 방황을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이런 슬럼프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유치원 다니는 주니어의 얼굴을 보고나면 이렇게 슬럼프에 빠져있을 겨를이 없었다. 집 나간 정신도 바로 돌아오게 하는 가족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이렇게 슬럼프를 벗어날 때 즈음 때마침 상반기에 지원했었던 B항공사와 C항공사가 하반기에 다시 채용을 시작하였다.


상반기 때 좋은 분위기 속 면접에도 불구하고 나를 떨어뜨렸던 B항공사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한 번은 용서해 주고 다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서류와 필기시험, SIM(시뮬레이터) check까지 이번에도 무리 없이 통과를 하였다.


그리고 다시 또 면접! 이번에도 항공지식과 인성 관련 질문에 명확히 답을 하고 면접관들이 나의 대답에 호응을 하며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건 뭐 배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연기력이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과가 어땠을지 상상에 맡겨본다!


그리고 이어진 C항공사! 상반기 때 컨디션 관리 난조로 SIM check에서 떨어진 만큼 이번에는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필기와 SIM check까지 가볍게 통과를 하였다.


그리고 면접, 사실 면접이 다른 절차보다 자신 있었는데 B항공사 면접에서 2번이나 떨어지고, 게다가 면접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떨어지고 나니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C항공사의 면접에 임했고, B항공사 면접과 마찬가지로 항공지식에 대해서 명확히 답변했고,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무난하게 답변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는 다시 또 탈락! ㅜ.ㅜ

3번의 면접 모두 면접질문에 똥볼을 찬 것도 아니고,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겸손한 자세로 튀려 하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떨어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든 생각은 다른 지원자보다 많은 나이가 나의 생각보다 더 큰 핸디캡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누가 한 건지 '어디 개나 줘버려!' 하는 마음만 뿜뿜 해졌다!


결국 나는 이렇게 3전 4기 만에 조종사 재수생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고, 마눌님은 어차피 조종사 취업까지 1년, 길게는 2년 이상도 생각했던 것인데 의기소침하지 말라며 응원을 해주었다. 나는 이런 응원 속에 핸디캡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늘이 무너지면 건물에 깔려 죽을지 알았는데, 정말로 솟아날 구멍을 찾아 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어떤 방법인지는 다음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