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feat. PPL)
지금까지는 비행교육을 위한
준비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비행교육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보려 한다.
조종사자격증에는
개인용(Private Pilot License, PPL),
계기용(IR, Instrument Regulation), 사업용(Commercial Pilot License, CPL)
이 있다.
PPL은 말 그대로
개인의 취미활동용 자격증이다.
상업적으로 돈을 받고 비행을 할 수는 없지만 PPL을 따면 국내에서도
지방공항에서 취미로 비행을 할 수 있다.
단, 시계비행조건(Visual Flight Rule, VFR)하에서만 비행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눈으로 바깥을 보면서
비행할 수 있는 날씨,
즉 안개가 없어 시정이 잘 나오고,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날씨에서만
비행이 가능하다.
(애리조나가 1년 중 300일 이상
이런 날씨여서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PPL을 따는데 시간소요가 짧아서
PPL만 미국에서 따고 이후 과정은
국내에서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IR은 계기비행이라고 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계기판을 보고 비행하는 자격을 말한다.
계기비행은 구름 속이라던지
시야가 안 좋은 날씨에도
Altimeter(고도계), Attitude indicator(자세계), Airspeed indicator(속도계), Heading indicator(방향계) 등등의 계기만으로 비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이다.
CPL은 돈을 받고 비행할 수 있는
유상비행 자격증으로
항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CPL이 있어야 한다.
CPL 취득을 위해서 PPL은 필수이고
IR은 필수는 아니지만 IR이 없으면
제약사항이 많고 항공사 지원이 불가하여
IR도 거의 필수라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3개의 라이센스를 따야
항공사 지원이 가능한데,
미국에서 빠르면 1년 내에 3개의 라이센스 취득이 가능하다 하여 나도 1년 내 취득을
목표로 도전하였다!
오늘은 PPL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한다.
PPL 과정은 비행교육과 지상이론교육으로 나뉜다. PPL의 목적은 혼자서 비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어서
기본적인 비행기술, 이착륙, 비상상황대처와 관련된 비행과 이론을
교육받고 훈련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교관 없이 혼자 비행하는
Solo flight 10시간을 포함하여,
교관과 함께 비행하며 이착륙과 기본조작
그리고 비상상황에서의 비행, 일정거리 이상의 크로스컨트리, 야간비행 등을 배우고 훈련하며 평균 60~70시간 정도의 비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비행원리, 항공기 시스템, 항공법규, 항법, 기상, ATC(교신) 등의 이론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과정 중간중간 체크라고 해서 비행실기시험과 이론에 대한 구술테스트가 있으며, PPL과정 중 이런 체크가 3번 그리고 마지막 자격증을 위한 미국 항공연방청(FAA)의 필기시험, 구술시험, 비행실기시험이 있다.
짧은 과정이지만 체크의 연속이어서
긴장감 있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는 3월 말에 피닉스에 도착하여
비행을 위한 신체검사와 학교등록, 교관배정 등 비행교육 준비를 하였고,
4월 초부터 본격 PPL 과정의 교육을 시작하였다.
신체검사는 이미 한국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형식적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간단했었다.
그리고 교관배정은
한국인 교관, 미국인 교관
2가지 옵션이 있었다.
미국 비행학교에 웬 한국인 교관?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PPL, IR, CPL을
모두 취득 후 CFI(Certified Flight Instructor)라는 교관과정을 거치면
비행교관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교관을 하면서 비행을 가르치는 시간도
본인의 비행시간으로 인정되어서,
1,0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쌓은 후
대형항공사 지원이 가능하여 처음부터 교관과정까지 생각하고 오는 학생들도 많았고 실제로 주변에도 교관 후 대형항공사에 취업한 동생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교관까지 하다가
40세 나이제한도 넘길 것 같았고 ㅎㅎㅎ,
LCC(저가) 항공사가 목표였던 나는
비행시간이 1,000시간까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교관과정은 생각도 안 했지만
몇 년만 일찍 시작했다면 무조건 교관과정을 이수하고 비행시간을 쌓았을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학교에서도
한국인교관에게 비행을 배울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교관배정 신청이
비행을 배우는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제대로 배운 경험이기도 하다.
4월에 단체로 시작하는 Ground(지상학) 교육과 별도로 개인별 교관 배정이 되면
비행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인 교관이 말도 잘 통하고,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해서
시험에 강한 한국식 스타일로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을 족집게 과외하듯이 쏙쏙 찍어주며 시간관리를 잘해주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교관배정 신청을 할 때는 한국인 교관들에게는 학생이 꽉 차있어서 4월 말 이후나 배정이 가능하고, 4월 초에 배정 가능한 교관은
갓 교관과정을 마친 미국인 교관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시가 급했던 나에게 1달은 너무 긴 시간이어서 미국에 왔으니 미국인 교관한테 비행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일단 빨리 시작하자고 마음먹고 초보 미국인 교관과 비행교육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급하게 선택했던 이 결정으로
오히려 나는 PPL 과정을 본의 아니게
계획보다 늦게 끝내게 되었고,
이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스트레스까지!!! ㅜㅜ
물론 미국인 교관이어서 그렇다기보다 초보교관이어서 경험이 부족하고
개인적 성향이 안 맞은 영향이 컸었다.
어쨌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왜 나왔는지를 절실히 느꼈던 경험이었다!
왜 그랬는지 구체적 이야기를 포함한 우여곡절의 PPL 취득과정은 다음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