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두둥!

나는 비엠x6을 탑니다.

by 제이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갑자기 나에게 이 녀석이 등장하는 것은.

남편의 차로 생각했던 녀석은 어느 순간 내 앞에 두둥 하고 나타났다.

크고 반짝이는 녀석과의 첫 만남은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그 녀석을 한껏 스캔하며 남편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왜? 내가? 말도 안 돼.............."

말끝도 마치지 못하는 어버버 한 표정의 나를 보며

남편도 말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저기 거래처 다니는 게 일인데 연비를 생각해서라도 당신이 이 차를 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당신도 알잖아. 당신이 이해 좀 해주면 안 될까?"


뭐라고.. 이해? 이해라고 했어. 지금?이라고 막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 녀석의 묵직하고 묘한 매력에 점점 매료 돼버린 나는 말 안 되는 이 상황에도 정말 말이 안 되는 걸까 싶은 의구심이 생겨났다.


"하,,,,,그래도 이건 아니야. 그럼 당신이 이 차를 살 때 고려했어야 하는 부분이잖아.

왜 이제 와서 연비타령을 하고 있는 거야. 난 안돼! 못한다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렇지, 이제 정신 차렸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운전경력은 20년이 넘어도 주차도 버벅거리고 겁도 많은 내가 저 크고 좋은 차를 어떻게 감당하며

몰고 다니라는 것인지. 이것은 그야말로 나에게 도전과도 같은 일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나는 언제나 이렇게 나의 한계를 정해두고 내 삶의 절반을 살아왔다.

간절하게 해보고 싶은 것도 없었고 그것을 깊이 생각해 보며 간절하게 노력해 본 적도 없는.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이 주어진 안락함에 안주하며 그때그때의 감정만 생각하고 더 이상의 도전과 용기는 내지 않는 그런 사람.

그래서인지 운전을 한지 오래도록 나의 주차실력은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도전하는 것이 아주 두려운 사람이라 도전하는 것도 실패하는 것도 전혀 경험치가 없다.

이런 나에게 저 녀석을? 생각만 해도 심장이 심하게 나대기 시작한다.


"난 책임질 마음이 없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내 차는 넘보지 말았으면 해."


나의 확고한 의지 앞에 조금의 희망이라도 걸었던 남편은 그 가능성이 제로임을 직감했다.

남편도 잘 알고 있는 나의 운전실력이라 더 이상의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은 나의 단호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저렇게 크고 좋은 차는 운전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두 가지인데 아마 크기에 더 압도당했을 수 있다. 승용차가 아닌 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고 요리보고 저리 봐도 남성미 뿜뿜 하는 자태는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차를 보면 어느 정도 그 주인이 연상되는 경험을 한 번씩은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다 가끔 미니미니한 빨간 승용차에서 내리는 우락부락한 아저씨를 보며 으잉? 했던 깨는 경험은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그 차와 연상되는 주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성미 뿜뿜하고 포스 가득한 차에서 내리는 조그만 여자라니.......... 이 무슨 반전매력 같지도 않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 말이다.

편견 가득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아마 열에 아홉은 나와 같은 고정적인 편견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중일테니.

난 굳이 이런 부분에서 사고의 자유로움을 가질 생각이 없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기는 해도.

그렇게 일단락되었던 실랑이가 한낱 실랑이가 아닌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 녀석 x6의 운전대 앞에 멍하게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오,마이 갓.....이건..... 말도 안 된다... 정말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