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 주차 고군 분투기

나는 비엠x6을 탑니다.

by 제이

운전은 그럭저럭 수월하게 할 만했다.

새로운 경로를 찾아다니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다니는 길만 안정적으로 다니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이나 도로는 나의 경로에는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녀석의 차체는 기존의 내차보다 컸고 겁이 많은 내가 해보기도 전에 못한다고

도망쳤던 지난날과 다르게 의외로 담담하게 그 녀석에게 동화되어 갔다.


아니, 동화되어 가는 정도가 아니라 그 녀석의 포스에 매료되어 버렸다는 말이 맞겠다.

거친 시동소리도 색다른데 움직일 준비를 하는 파란 눈의 그 녀석은 그야말로 멋짐. 그 자체였다.

파란불을 켜고 내달리는 거침없는 숨소리는 작고 작은 심장을 가지고 움츠러든 나를

세상밖으로 당당히 꺼내주는 나만의 보디가드 같은 느낌이었다.


당당한 포스.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존재만의 힘.

그 녀석은 그런 매력으로 단번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운전은 그럭저럭 할만했지만 문제는 주차였다.

주차선이 가득 찰 정도로 크기가 큰 그 녀석은 한 자리 주차는 너무 빡빡하게 주차선을 물고

들어가게 되어있다.

안 그래도 주차가 어버버 한 나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급기야 중간중간에 비어있는 한 자리 주차는 포기하기 일쑤였고 공간이 여유로운 곳만 찾아서 주차하다 보니

나의 심신이 매우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애지중지하는 마음은 당연한 거고 거기다 주차까지 갓벽으로 해야 하니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었다.

아마 큰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나의 말에 대체적으로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중간 자리보다 그나마 문콕 위험이 덜한 기둥옆 끝자리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주차하기에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한 일이다.

나처럼 주차에 어버버 한 사람은 더더욱.


일단 연습에 돌입했다.

평생 어버버한 주차실력으로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도전이라는 불씨를 당겼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밝히자면, 나는 도전에 매우 취약한 사람이다.

내 인생에 도전이란 정말. 아주. 매우. 극히 드문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도전 없이 여태 설렁설렁 현실에 안주하며 숨죽여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어느 무엇인가에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그것 또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매력덩어리 녀석과 함께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면 우리의 동행은

동행이 아닌 그야말로 불행이 될 것임이 분명하므로.

되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 이상은 애쓰지 않고. 그냥 그렇게.

살던 마음가짐은 조금씩 이 녀석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백미러를 접고 운전석의 창문을 다 내리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쯤에서 또 한 번 밝히자면, 나는 첨단기술을 신뢰하지 못하는 편이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것만 믿는다.

후방 카메라를 의지하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주차 시에는 카메라를 보는 대신

나의 눈으로 차선의 간격을 반드시 확인해야만 안심한다.

한마디로 사서 피곤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기둥 가까이 박을 듯이 그 녀석을 바짝 붙이고 운전석으로 내리지 못해 조수석으로

탈출하는 것도 때로는 감수하며 나는 녀석의 존재만으로 가득 차던 주차선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 또 연습했다.


그러니 한 자리 주차는 오죽하겠는가.

핸들을 열 번 이상 요리조리 돌려 보며 그 녀석의 몸집과 비례한 간격을 터득했으며 옆차의 조수석의 차문으로 인해 문콕 당하지 않을 수준으로 공간을 만들어 두려고 노력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그나마 실력이 나날이 나아졌고

드디어 한자리 주차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 되었다.

나의 노력이 나의 도전이 그 녀석에 대한 애정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재빠르게 이 큰 차를 넣고 빼고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그 녀석과의 동행이 불행이 아닌 정도는 되는

실력을 가진 것이다.

다만 한 번씩 조수석으로 탈출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면 꾸깃꾸깃 몸을 접어 나의 발이 그 녀석의

내부에 닿지 않기 위해 바들바들 떨며 애를 써야 했는데 뭔가 모양새가 엄청 빠지는 것 빼고는 그럭저럭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불편함이었다.

혹시나 창문을 활짝 내리고 고개를 한껏 내밀어 아날로그 방식으로 주차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못 본 척 지나가 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가끔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의식되면 남들 보기 우스꽝스러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니까.

대부분은 남의눈을 잘 의식하지 않지만 아주 한 번씩은 내가 유별나고 특이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