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 그런 차는 얼마나 해요?

나는 비엠x6을 탑니다.

by 제이

의외였다. 아주 의외였다.

이런 말을 이런 곳에서 이 타이밍에 듣는다고? 이걸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놀랍다고 해야 하나.......

파란 눈의 이 녀석을 타고 다니면서 나는 생각의 전환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해보아야 하는지

꽤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나라면 한 번도 직접적으로 물을 것 같지 않은 말들을 여기저기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물론, 궁금은 할 수 있다. 나도 예쁘고 맘에 드는 차를 만나면 궁금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그 차를 타고 다니는 차주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생각 같은 건 시도하지 않는다.

"이런 차는 얼마나 해요?"라고. 혼자 속으로 어느 정도선이겠지 추측하다 말거나 남편의 옆구리를

쿡쿡 쑤시며 "저런 차는 얼마나 해?"라고 묻거나. 그러고도 정 궁금하면 네이땡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기에.


나의 예상대로 주로 남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녀석은 나타나는 곳마다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 녀석 특유의 엔진 소리도 웅장해서 출현과 동시에 주위를 시끄럽게 만들며 이목을 끄는 것도 한몫한다. 이 녀석을 데리고 가는 곳마다 녀석을 스캔하며 몸값을 물어보는 아저씨들 때문에 한동안은 웃으며 회피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또 한동안은 내차가 아니라며 말도 안 되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깊이 파고드는 그 녀석의 속사정에 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말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들킬까 봐 가차 없이 잘라버리며 호호거리기도 했다.


"저도 몰라요. 제 차가 아니라서요." 버젓이 주인행세를 하며 주인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아저씨들의 미심쩍은 표정아래 거짓이 탄로 날 듯했지만 결국 미꾸라지처럼 질문을 자르는 나의 스킬에 당할 자는 그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냥 이 녀석의 몸값을 내입으로 말하기는 뭔가 내 안의 비밀이 탄로 나는 것처럼 민망하고 어색해서 그랬다고 해두자. 확실한 몸값을 잘 모르기도 했고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것도 우습기도 했다.

그렇게 이 녀석을 가진 신고식을 호되게 치르는구나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내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그 녀석을 대동하고 정해진 차선대로 신호를 받고 잠시 정차했을 때였다.

나란히 신호를 기다리던 옆차선의 아저씨가 갑자기 빵빵 거리며 창문을 내리고 손짓하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신호만 바라보던 나는 무슨 일이지. 누구지.라는 단어들이 일렬로 머릿속에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누구지. 아는 사람인가가 제일 먼저 머릿속을 강타했음은 물론이다.

반사적으로 창문을 스르르 내리며 빵빵 한 아저씨를 바라보면서도 영 생소한 얼굴에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나의 창문이 내려짐과 동시에 놀란듯한 빵빵 한 아저씨.

그 녀석과 매칭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여자사람이 등장했음에 놀랐다고 나는 그렇게 예상했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뭐라 뭐라 하는 빵빵 한 아저씨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며 다시 물어야 했다.

"네? 뭐라고요?"

이 녀석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생각할 때쯤 허를 찌르는 듯한 빵빵 한 아저씨의 말이 들려왔다.

"그런 차는 얼마나 해요?"

헐..............헐.......이 말을.. 여기서.. 이 타이밍에 듣는다고...??

"................ 네?..........."사고가 정지된 듯 어버버 한 나를 보며 그 빵빵 한 아저씨는 너무나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답을 기다리셨다. 그 사람 좋은 웃음에 현혹되어 멍하게 있는 사이 신호는 바뀌었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물 흐르듯 출발함과 동시에 그 빵빵 한 아저씨와 나는 점점 갈길을 달리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자꾸 터져 나왔다. 이거 뭐지. 이거 뭘까.. 꽤나 오랜만에 신. 선. 한.데 !

정말 요 근래 제일 신선해서 핸들을 잡고 한참을 그 빵빵 한 아저씨의 사람 좋은 웃음을 리플레이했다.

한동안 후유증처럼 잊히지 않던 빵빵 한 아저씨의 사람 좋은 웃음. 그리고 그 신박한 신선함.

살아있지만 정체된 상태로 숨만 쉬던 나의 일상에 허를 찌르는 신선함을 선물하고 휑하고 떠나버린

빵빵 한 아저씨.

푸하하 웃음이 터진 건 그 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이 녀석과의 동행은 그저 동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무미건조한 나의 하루하루에

작고 작은 이벤트를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쯤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이런 차는 얼마나 해요?" 하는 물음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너스레를 떨다 호호 거리지만 말이다.

사실은 나도 정확한 가격을 남편입으로 전해 들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지금은 또 가물가물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비싸고 크고 좋은 차라는 의미보다는 주차하기 힘든 차. 나보다 더 잘난 피곤스러운 차.

세차하기는 더 힘든 까다로운 차라서라고 한다면 이유가 될까.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