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쩔 수 없는 과시욕

나는 비엠x6을 탑니다.

by 제이

이 녀석과 동행하면서 보여주기식 욕구가 없었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글의 제목을 이렇게 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놓고 자랑하고 으씨대는 스타일은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과의 동행이 으쓱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다만 이왕 솔직해 지기로 했으면 과감하게 속마음을 오픈해 보기로 한다.

그게 가장 나다운 모습이기도 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외제차를 타는 이유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조금은 있고

그 차를 타면서 오는 만족감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다고 말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남의 시선에 목말라하고 보여주기식 평가에 익숙하니까.

나 또한 내가 가진 것을 일부러 표시 내며 보여주지 않지만 절대 그런 마음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좋은 차를 타고 내릴 때 그 하차감이 주는 만족을 즐긴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뭐 그런 만족을 본인이 즐긴다면 좀 어떨까 싶고 난 이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유난스럽지만 않다면 그런 정도야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어쩔 수 없는 자신감은 물론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파란 눈의 그 녀석에게서

가져온 것이지만 온전히 나로서 보여주는 것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것 또한

커다란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힘.

내가 보여줄 수 없는 자신감.

내가 내어보지 못한 용기.


나의 가치를 정의할 수 있는 이 모든 것이 파란 눈의 그 녀석과 동행하면

조금은 충족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거창하게 가치 실현까지는 아닐 테지만.

커다란 . 거침없이 나아가는 자신감. 그리고 천하무적 같은 과감함.

나의 존재만으로 보여줄 수 없었던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이 녀석과 함께하며 묘한 만족감을 느끼고 내가 아주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남들 보기에는 편안한 조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알고 보면

속으로 많이 아픈 사람이다. 행동하기 전에 완벽해야 하고.

완벽을 준비하다 보니 마음이 식어 행동하지 못하고.

지루하고 반복된 굴레를 돌고 돌며 나는 속으로 참 많이도 나를 괴롭혔다.

그 지독한 굴레 속에 무한염증을 느끼면서도 행동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쪽을 택했고

그렇게 여전히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작고 작은 것들에도 자극을 받고 예민하고 불안하다.

나로서 보여준 무언가가 없이 삶이 누적되면 더없는 상실감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나의 고유성과 감정의 결을 지켜나가는 것으로 숨을 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런 내가 그 파란 눈의 녀석과 함께하면 나도 모르게 어깨뽕이 들어가고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되어갔다.

처음 녀석을 만났을 때의 부담감과 사람들의 편견 따위는 까마득히 잊어버릴 만큼 그 녀석의 반전매력에

홀딱 빠져버린 것이다.


음악의 장르를 딱히 가리지 않는 나는 자신감 업을 위해서는 이런 곡을 들어줘야 한다며

업타운의 "My style" 이라던지 GroovyRoom의"위하여" 같은 노래를 크게 틀곤 했는데

귓가에 때려주는 속사포 같은 랩들의 힙함과 강한 리듬감에 자세는 한껏 비스듬해지고

핸들을 곱게 잡고 있던 손은 거만하게 움직이며 거침없이 도로를 질주하게 된다.

이런 것이었다. 나의 해방감은. 나의 자유로움은.

나를 짓누르던 그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온전히 무방비인 채로 한껏 거만해질 수 있는 시간.

안 그래도 차체가 높아 시선이 올라가 있는데 거기다 운전석 시트높이까지 가차 없이 올려

더 높이 떠있는 느낌으로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본다.

완전한 나만의 거만함이 완성된 것이다.

자세가 이렇다고 해서 안전운전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부디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나는 안전함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세상겁찔이라고 밝혀둔 바 있다.

거기다 창문까지 3분의 1 정도 내려주면 이것은 완전히 파란 눈의 녀석과 나라는 콜라보

자신감이 풀로 장착된 상태가 된다.


하지만 나의 어쩔 수 없는 과시욕도 여기까지이다.

나만 알고 있는 충만함과 보여주기식 만족.

나는 파란 눈의 녀석을 만나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중성적인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힙한 음악과 헝클어진 머리. 화장끼 없는 얼굴과 루즈하게 떨어지는 길이의 청바지.

그리고 오묘한 그레이색상의 커다란 차.

작은 여자가 타고 다닐 것 같지 않은 그 반전매력.

가끔 진한 아이섀도를 바르고 껌을 씹으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내리는 나를 상상한다.

나에 대한 과시욕을 억누르며 한 번도 용감해보지 못했던 내 삶에 반항하듯.

자유로운 영혼을.

무구한 영혼을.

이제라도 슬며시 쓰다듬어 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절망을 곱씹으며 벗어날 수 없는 지루한 굴레를 하염없이 맴도는 나를 파란 눈의 녀석은

무심하게 툭.

이런 나를 해방시켜 주고 있다.


편안히 반듯하게 틀에 박혀 살아가는 나약하고 밋밋한 삶을

부정하고 비틀어대며 자신의 가치와 색깔을 나에게 물어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힘과 매력을 가졌어.

너는 어때?라고.

나의 잠들어 있던 힘은 그렇게 이 어쩔 수 없는 과시욕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아무려면 어떤가. 어깨뽕이 들어가고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한다는데.

과시욕 아닌 그 무엇이라도 끌어다 써야 할 판이다.

지금의 나는.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