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서비스 기획자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장벽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다.
장벽 중에 가장 무섭다는 언어의 장벽인데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개발어', '디자인어'이다.
(다행히 나는 디자이너 출신이기에 디자인어에 대한 장벽은 느끼지 않는다.)
분명히 같은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물론 it용어 중에는 영어가 더 많겠지만)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못 알아듣겠을 때가 있다.
처음 서비스기획자가 됐을 때는 개발자와 대화하는 일을 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개발자와 대화를 할 때 종종
'쟤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람..?'하는 생각이 든다.
기획자가 개발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개발자가 쉽게 말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고
"기획자라면 대화가 될 정도는 개발을 공부해야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사실 개발자가 쉽게 말하면 된다는 의견은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개발자는 두 유형이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만을 사용해 말하는 유형이 있고
상대를 배려해서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대체해서 쉽게 말하는 유형이 있다.
누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가 강요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개발자 본인이 선택할 문제겠지만
주변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일지는 조금만 고민해 봐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디자이너에게도 해당된다.)
일이라는 건 결국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최종적으로 다른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높이도 멀리도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발자가 쉽게 말하면 되고 기획자는 딱히 개발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개발자에게 쉽게 말하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듯이
기획자가 개발을 공부하는 것 또한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금만 고민해 보면 된다.
개발을 전혀 알지 못하고 쉽게만 설명하기를 바라는 기획자와
개발을 어느 정도 공부해서 대화가 통하는 기획자
둘 중에 개발자가 같이 일하고 싶은 기획자는 누구일까?
개발자가 쉽게 말해주는 것이 배려인 것처럼
기획자가 개발을 어느 정도 익혀 개발자와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 또한 배려이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자.
"그래서 서비스기획자가 되려면 개발을 어느 정도 알아야 된다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이 또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개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서비스 기획을 시작하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 또한 개발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잘 모르지만
아무 문제 없이 서비스 기획자를 하고 있고 해 나갈 것이다.
이건 회바회이긴 하겠지만...
좋을 사람들이 있는 회사라면 회사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개발을 어느 정도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뭐 본인이 노력하면 된다.
신입이라면 모르는 단어를 들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물어보자.
"방금 OO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OO이 뭔가요?" 하고 물어봤을 때
이것도 모르냐고 면박 줄 야박한 사람은 잘 없다.
오히려 '모르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기특해할 것이다.
신입도 아니고 짬도 차서 물어보기 창피하다면 모르는 단어를 들었을 때 메모해 두자.
일단 알아듣는 척했다가 빠르게 자리에 돌아가서 구글에게 물어봐라.
구글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면 GPT에게 물어봐도 좋다.
이리저리 검색해 보고 정답을 찾아나가면 된다.
나는 웬만하면 싫은 소리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진짜 기본적인 것도 공부하지 않으면 참으려고 해도 싫은 소리가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라디오 버튼, 토글, 체크박스의 개념을 몰라서 구분하지 못한다던가
이게 프론트 개발자에게 물을 문제인지 백엔드 개발자에게 물을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한다던가 하는
이런 기본적인 부분들은 익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서비스기획 업무를 하려면 개발을 어느 정도 공부하는 것이 맞다.
나는 SQL을 시작으로 지금 웹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개발자만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구글링을 하며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획자가 개발을 공부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개발을 아는 기획자와 개발을 모르는 기획자의 산출물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은 알고 넘어가자.
'이 정보는 그냥 대충 어디에 저장되겠지...'와
'이 부분은 따로 저장될 필요 없고 이 부분은 브라우저 db에 저장해야지'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리라.
개발을 몰라도 기획을 할 수는 있지만
개발을 안다면 기획의 깊이가 한 단계 더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description이 개발 영역까지 고려해서 작성된다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줄고
작업의 속도가 올라갈 수 있을 테니 업무 차원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굉장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물론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고 잘 난 것도 아니지만 (응애 나 애기 기획자)
그냥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