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디자이너에서 신입 서비스 기획자로
처음 서비스 기획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저 우연한 기회였다.
그때 또한 첫 시작은 디자이너였다.
신규 앱 기획을 진행하는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되었고
한동안은 마케팅 디자인, 로고 디자인, 컨셉 디자인, 영상 편집 등...
늘 하던 디자인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다 한 두 명씩 퇴사를 하더니 우리 팀에 회계를 담당해 주시는 주임님 한 분과
디자이너인 나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그래도 회사는 굴러간다.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포지션이든 그 사람이 나가면 남은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
그렇게 어영부영 나는 서비스 기획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었다.
내 업무가 아닌 일을 심지어 처음 해보는 일을
돈 한 푼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전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전혀 짜증이 나지도 하기 싫지도 재미없지도 않았다.
오히려 회사 가는 길이 더 즐거워졌다.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도 늘 일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전문성 없이 하나 둘 주먹구구식으로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
인하우스 개발팀이 있는 것이 아니었길래
나 혼자 에이전시 PM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앱을 만들어나갔다.
필요한 인력을 직접 면접 봐서 뽑기도 했고,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지만 기획 파트장이라는 직책도 달게 되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일이었기에 그저 즐겁기만 한 날들이었다.
앱이 점점 완성단계에 다다르게 되자
에어전시 팀원분들은 "드디어 디자인만 하실 수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전혀 나쁜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디자이너가 기획을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나의 도화선이 되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획자가 되고 싶구나.
처음에는 "이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자가 되면 되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디자이너인 내가 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내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이 나를 그냥 기획을 좀 하는 디자이너로만 봤다.
여기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획자가 아니라 디자이너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별 거 아닌 일으로 회사와 틀어지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나 혼자 다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자식 같은 앱을 두고 나간다는 게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곳에서 디자이너가 아닌 서비스 기획자로써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회사를 나와 혼자 인터넷 강의를 듣고, 구글링을 하며 서비스 기획을 익혀나갔다.
그렇게 나는 많은 서비스 기획자 중 한 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