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병 속의 커피믹스
우리 동네 시내에는 가배라는 찻집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일이다.
그곳에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 향이 퍼지고, 멋진 DJ 오빠의 낮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유럽풍의 가구들이 어우러진, 작은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세련된 찻집이었다.
하지만 동네가 워낙 작다 보니, 테이블마다 아는 얼굴들이 앉아 있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연애하던 친구들은 이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신청한 음악이 DJ 오빠의 멋진 베이스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올 때면, 왜 그렇게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던지.~~~
결혼을 하고 남편이 유학을 떠났다
일본으로
둘이서 장학금과 알바로 지냈던 시절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밖에서 밥 한 끼, 차 한잔 마시는 게
너무 부담이 되어
소풍을 가도 주먹밥이라도 싸가지고 나갔고, 커피는 당연히 보온병에 타서
들고 다니면서 마셨다
언제부터였을까.
고개만 돌리면 카페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우리들의 모임도 변하기 시작했다.
식사 후에 카페에 가는 것이 어느새 코스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유학 시절 보온병에 커피를 타서 마시던 습관 탓일까.
여럿이 모여 앉아 마시는 카페의 커피는 지금도 낯설다.
꼭 남의 옷을 걸친 사람처럼, 그 자리가 편하지가 않다.
물론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하고 듣다 보면, 어느새 기운이 다 빠져
그저 누울 자리만 찾게 된다.
나는 왜 카페가 힘들까.
아마도 내 안에는 여전히,
40년 전 가배의 은은한 커피 향과
보온병에 담아 마시던 그 시절의 습관이 함께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커피 향만큼은 언제나 좋다.
그 향기를 따라, 나는 여전히 잠시 멈추어 서서
나의 지난 시간을 들여다보곤 한다.
오늘은 달콤한 커피믹스한 잔에
나의 하루를 맡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