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아일릿 「NOT CUTE ANYMORE」

방구석 A&R의 앨범 리뷰

by Wratist
mu1L6hClNxx_6Gbng9iEDyjTldpRnduTSh9Sbsyaj1CvAtjy3gLS-sQpOX7j-LE_mfLjFfOxQoCY1CMqt9xA0h9e1mNwJtEHx14B3pxQcdq3Ka0b2Kle9Xn4szTqtlGRKJpdw3YBX6eKlSY_jf5_ng.jpg ILLIT 1st Single Album「NOT CUTE ANYMORE」


충격적이다. 아일릿이 귀엽지 않다니. 전자음과 R&B의 음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녀의 생기를 표현했던 아일릿의 아이덴티티를 내려놓겠다는 듯한 선언의 앨범명은 그 임팩트가 적지 않다.


아일릿의 음악이 부드러운 신디사이저와 속도 있는 리듬감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까지 계속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각 활동마다 전 행보의 작법을 참고한 듯한 기시감을 떨쳐내야 했고, 데뷔 2주년이 머지않은 상황, 아일릿 비주얼 센터인 원희의 성년을 대비해 변화를 시도하는 의도가 내비쳐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콘셉트의 소화력을 증명한 적이 없는 아일릿에게 전환점의 기능을 수행하기까지 한다.


어색하지 않으면서 확실히 다르다는 감각을 주는 원인은 곡 제목과 느린 템포에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요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의답습
#탈피
#세기말

#과거의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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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으로서 느린 박자감을 갖추어도 음악이 익숙한 이유는 이 노래가 90년대를 대표했던 레게 팝을 참고했기 때문이며 해당 장르의 대표적인 음악은 <칵테일 사랑>이 있다. 느려진 템포의 타이틀곡 <NOT CUTE ANYMORE>로 느낀 당혹감은 멤버들의 소화력으로 커버되고, 기존의 소녀스러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Y2K 스타일'을 참고한 듯한 비주얼이 아일릿의 새로운 모습을 성립시킨다.


사실 아일릿이 과거의 음악을 참고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의 인트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The Five Star Stories」의 OST를 샘플링한 것으로, 과거의 작품과 현대 음악의 시너지를 뽐낸 편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NOT CUTE ANYMORE>는 일부가 아닌 곡 전체에 과거의 답습을 감행했고, 이는 한 때의 유행이 잊히지 않게 하는 효과를 창출하며 복각의 반가움을 유발한다.


#탈피


타이틀곡명에서 지금까지 보여진 아일릿의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명시한다. '더 이상'을 의미하는 'anymore'를 적용한 것은 부정의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아일릿은 귀엽다는 이미지를 검은 장막으로 덮고 다른 매력을 볼 수 있게끔 환기하는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마냥 새롭진 않다. 핑크빛을 떠올린 아일릿의 이미지에 채도가 추가될 뿐, 대비감을 느끼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Being cute doesn't define who I am.
There's a lot more to me than that.
-아일릿 <NOT CUTE ANYMORE> 뮤직비디오 인트로 카피

큐트한 모습 외에 다른 무언가를 가진 선언에 비해 아일릿의 변화에 대한 설득은 큰 진보까지 뻗지는 않는다. 급변화가 하이 리스크를 유발하기에 이색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것에 그치는 게 설득되지만 이는 결국 다음 앨범의 미감에 대한 예상 범주를 크게 넓히지는 못한다.


#세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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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화질과 Y2K 스타일 의상은 1990~2000년 사이에 발생한 문화 트렌드였던 세기말 감성을 가리킨다. 세계의 종말을 예측하는 분위기의 공포감을 반영한 세기말 콘셉트는 유머러스한 요소로서 엉뚱함, 당황스러움을 표현하는 데에 제격이었다. 아일릿의 뮤직비디오는 세기말의 위협적인 요소들을, 자신을 향하는 시련으로 치환해 표현했다.


진중함보다 유쾌함을 담아내는 아일릿의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키치한 요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NOT CUTE ANYMORE> 뮤직비디오는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되어 그녀들의 세계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이번 행보는 변화에 성공했다기보단 제작에 있어서 새로운 모험의 시작점에 올라선 의미로서 대중의 인식을 열어젖힌다. 멤버들의 소화력이 궁금해진 참이다. 어딜 가든, 귀엽지만은 않은 모습을 기대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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