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르세라핌 「SPAGHETTI」

방구석 A&R의 앨범 리뷰

by Wratist

LE SSERAFIM 1st single album 「SPAGHETTI」

★★★☆☆


역경이 만든 기회


남들과는 다른 방식의 예술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K-POP 아티스트로선 큰 무기로 작용한다. 이는 노이즈마케팅의 개념이 아니며 평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상관없이 타 아티스트와 겹치지 않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자신을 브랜딩 하는 전략은 음악 시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 르세라핌은 그러한 전략을 위해 다른 걸그룹들 속에서 독보적인 비주얼과 음악적 미감을 적용하는 그룹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평가와, 더 심한 경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납득을 돕는 데에 코첼라 무대의 평가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오히려 음악에 자유를 부과하는 듯한 결과를 만들었다. 역경을 기회로 만든 사례라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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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은 평범하지 않은 음악을 해왔기에, 전작인 <HOT>은 깔끔한 뒷맛을 남겼음에도 르세라핌의 음악으로선 아쉽다는 평이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난 겁이 없다."라며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FEARLESS>를 시작으로, 쉽게 깨지지 않는 마인드를 밀어붙이는 <ANTIFRAGILE>과 같이 직설적인 표현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제시하는 방법이 대중의 취향을 관통하는 결과를 냈기에 더더욱 그렇다. <UNFORVIGEN> 이후로는 음악의 메시지의 전달보다 미감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하며 뮤직비디오의 잔상과 악기의 여운만이 남았기에 '독특함'만이 남았다는 인상이 비교적 강한 양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르세라핌이 음악 아티스트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멤버들의 소화력에 있었다. 이번 신곡 <SPAGHETTI>는 멤버들의 적응력의 결정체이며 우리나라 음식 고유의 붉은색을 스파게티에 대입하여 화끈한 도발곡을 선보인다.


도발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상을 의미하던 아이돌이 개인의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것을 강요받는 듯한 존재가 되어버린 현재, 아이돌의 음악에 대중성은 필수 교양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르세라핌은 코첼라 라이브로 그들의 행보에 끼어있던 먹구름이 걸림돌처럼 느껴지던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먹구름은 오히려 르세라핌의 음악에 편견을 덜어주는 역할을 수행했고, 이 덕분에 <SPAGHETTI>를 통해 기존의 아이돌이 접하지 않았던 하이퍼팝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룹의 서사가 음악의 범위를 확장해 준 예시이다.


르세라핌 음악의 약점이었던 랩이 보완된 음악이다. 실마리 없는 듯했던 르세라핌의 랩은 하이퍼팝의 베이스 덕분에 리듬감을 갖추고 속삭이는 발성은 진성의 억지스러웠던 랩의 텐션을 포기함으로써 노래 빌드업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허윤진과 사쿠라의 보컬은 펑키한 곡 분위기를 리드하고 후렴구에서 큰 역할을 하여 강한 중독성을 지녀 제이홉의 피처링에도 멤버들의 존재감이 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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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티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을 배경을 했던 첫 비주얼 티저에 이어 딜리버리 서비스 직원 콘셉트, 펑키한 복장과 메이크업의 아가씨 비주얼은 반전보단 당황스러움을 선사한다. 또한 뮤직 비디오에서 스페인 토마토 축제를 오마주한 듯한 연출은 콘셉트에 대한 이해에 혼선을 일으키고 만다. <HOT>이 감성에 집중해 담백함이 강한 미감을 지녔다면 <SPAGHETTI>는 여러 색깔이 섞어 탁해진 듯한 감상을 남긴다. 그럼에도 헤이터를 저격한 듯한 가사는 르세라핌의 상황에 납득이 되는 주제이며 강렬한 메시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가수와 헤이터의 관계


르세라핌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가수와 헤이터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좋다."와 "싫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비난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모든 것을 정의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현재, 부정적인 시선의 시발점은 흐릿했다. 그럼에도 비난에 대한 역공은 지속되고 있으며, 또다시 공격이 돌아오며 역공의 연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콘셉트로 시작해 타인과 다른 색깔을 보이는 특이점을 담당하는 가수인 르세라핌은 존재감이 있다는 것만으로 포크가 향했지만 정작 그들의 음악을 맛있게 들어준 대중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모난 듯한 존재감이 저격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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