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는, <부자의 그릇>

책 읽는 워킹맘

by 조여사

은퇴에 대한 고민으로 투자에 대해 공부해보아야 겠다며 이런 저런 공부 모임에서 활동하던 시절, 젊은 친구들은 과감하게 파바박 투자결정을 내리는 걸 보고 나는 그릇이 작아서 저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IMF 로 부모님이 힘든 것을 보아왔던 세대라 그랬던걸까요? 원금을 잃지 않는 적금에서 벗어난 건 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결심이었는데 부를 얻으려면 레버리지를 써야 한다는 그들의 말에 쉽사리 동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당시 내가 얻은 결론은 안전지향주의적인 성향을 한꺼번에 버릴 수는 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투자금액을 늘려가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나의 그릇을 키워보아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책 제목을 보고 내가 고민하던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책은 우화 형식이라 금방 후르륵 읽기 쉬웠습니다. 요식업을 하다 망한 주인공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추워지자 따뜻한 음료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주머니를 뒤져 200원을 발견하고는 자판기 음료를 마시기 위해 모자란 100원을 낯선 노인에게 빌리게 되고, 공원에서 만난 낯선 노인에게서 깨달음과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얻는 형식입니다.

100원을 빌려 음료를 마시면서 노인에게 재기만 하게 된다면 100원이 아니라 1000만원을 돌려주겠다는 주인공에게 노인은 의외의 말을 합니다.


그래서 망했던 거군.


부자들은 10원이라도 이율이 높은 곳으로 옮겨간다며 돈에 관해서는 철저해야 부자가 된다던데, 120원을 갚으라는 노인의 제안에 대중없이 1000만원을 갚겠다는 주인공이 돈개념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걸까요? 우화형식의 책이 그렇듯이 뻔한 말만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지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 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조급함. 지금 당장 가지면 안될 것 같다는 욕심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허투로 썼는가 반성하게 되는 문장입니다. "지금 필요하니까 지금 쓴다."라는 이 한문장이 마음을 콕 찔렀습니다. 사실, 필요 없어도 그저 가지고 싶어서 쓰곤 하죠. 제가 생존을 위해서 더 이상 필요한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몇년간 내내 생각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다룰 수 있는 나의 돈의 크기는 얼마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초과하는 돈이 들어오면 마치 한푼도 없을 때처럼 여유가 없어지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해보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짤짤하게 미니스탁으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워낙 작은 금액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제가 그저 그 돈이 사이버머니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저는 주가의 등락에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천원, 만원의 짤짤한 금액을 십만원 단위로 늘려본 후, 미니스탁에서 벗어나 정식 주식계좌를 오픈했습니다. 매달 꾸준히 적금 붓는다 생각하고 투자를 지속한 결과 지금은 나름 저에게는 꽤나 큰 단위의 돈이 계좌에 들어있습니다. 단위가 커지자 1%의 수익률에도 저에게는 꽤나 큰 금액의 손익으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다루는 능력은 많이 다루는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어.


헛. 제 이야기가 여기 적혀있네요?!


결혼, 출산, 해고, 창업, 은퇴, 질병, 재해, 그 어느 하나라도 내일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지을 수 있겠나? 그 때를 대비해 돈을 모으고, 몇 번씩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불안에 떨고, 여차할 때만을 기다리며 사는게 기분 좋은 인생은 아닐껄세.

이제는 매일매일 은퇴 후를 고민하지는 않지만, 해고와 은퇴에 대해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외부 활동도 시도해보고 투자도 시도해 보고 눈에 보이는 성과도 조금씩 얻고 있는 거겠지요.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 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야.



수중에 돈이 없어진다라니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는 투자 수업을 들었을 때 누누이 들었던 레버리지가 떠올랐지만, 그것 보다는 "부채는 재료, 금리는 조달비용"으로 회사에 대입해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부채를 일으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치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지.


저의 소비행태를 반성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부자는 산 뒤에 가격이 상승하기를 바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돈을 물건으로 바꿔 그걸 소유하는 데에 얽매이죠. 부자라는 인종은 돈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 자신의 돈을 반드시 그 금액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준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도 월급쟁이 그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부자의 그릇 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나의 그릇을 조금씩 키워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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