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한지 어언 20여년. 공포로 다가온 나의 노후.
사회에 나온지 어언 20여년…
7살에 학교 입학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96학번으로 대학교 입학한 후 겪은 IMF.
IMF 로 가세가 약간(?) 기울어 휴학없이 대학교 4년을 마치고 졸업을 하기도 전에 조그만 번역 회사에 입사한 것이 내 사회 생활의 시작입니다. IMF사태 후 마냥 낮아진 8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 2시간 반의 그 조그만 회사를 열심히도 다녔습니다. 2년 정도 출퇴근하며 번역 회사에 근무하다 집에서 너무 멀어 재택근무로 돌려 일하면서 공기업에 번역 알바 (공기업에서 알바는 일용직 잡급이라네요. 잡급이라니… 일용직 잡급 계약서를 쓰며 이 단어가 얼마나 속상했던지…)를 병행하다가 지금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정신없이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2000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애기 둘, 각각 3개월씩의 출산휴가를 빼놓고는 일을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오롯이 나와 남편 둘이서 회사다니면서 아이 둘을 키우며 힘들던 그때를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나 싶고, 그 때의 내가 조금 많이 불쌍하지만 그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상을 살고 있던 어느 해 명절, 평소 말씀이 별로 없으신 아버님께서 갑자기 우리 부부에게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나나 남편과 똑같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열심히 일만 하시다가 60세에 정년으로 은퇴하시고 이제 8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보니 지나간 그 20년이 너무나 아깝다고. 그 긴 시절을 허송세월 한 것 같아 너무 속상하시다고. 그리고 이제 힘이 드시다고… 은퇴 후에도 용돈 벌이로 보험 판매도 하시고 동창회 활동이며 이런 저런 활동을 하시며 은퇴 후의 생활을 즐기고 계시다고 생각했던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하시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시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이나 젊을 때 열심히 사셨는데 노후에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노후가 두려워졌습니다. 나는 저렇게 나이들어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지금이랑 똑같이 살면 저것이 나의 미래가 아닐까? 나는 저렇게 나이들어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나에게는 뭐가 있지?
우리 부모님과 시부모님들의 노년이 현재 어떠한 지 찬찬히 생각하다 보니 나의 노후에 대한 생각에 숨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노후 준비를 말로만 되내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의 노후가 두렵기만 했습니다. 물려받을 것도 물려줄 것도 없는데, 지금도 열심히는 살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불안이 사라질까 불투명한 미래가 나에게 너무나도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문계열 졸업에 쓸모있는 자격증 하나 없는 일반사무직. 야매 영어, 야매 인사, 야매 회계지식으로 어찌저찌 20년간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 회사를 나가게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건 대체 뭐지? 쓸데없이 문과를 졸업하는게 아니었는데… 어렸을 때 기술을 배워뒀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만 한가득.
그렇게 머리속으로 고민하기만 2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2년이란 시간동안 고민만 했는데 더 이상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이제 고민은 그만! 고민만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