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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사 Oct 31. 2023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다.  

<맑은 가을 하늘의 햇살을 느끼며> 

심리학에서는 그 사람의 원래 성격인 퍼스낼리티를 '내적 성격'이라 하고, 다듬어서 남에게 보여지는 성격인 페르소나를 '외적 성격'이라고 부른다. 성숙한 성인은 페르소나를 잘 가꿀 줄 안다고 한다. 남들은 내가 보여주는 외적 이미지, 즉 페르소나에 반응을 하고 그 이미지로 평가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르다. 


한동안 카리스마 있는 언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강단이 있는 성격도 아니고 내 의견을 자신있게 피력해나가는 것이 두려운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어느순간 강단있는 카리스마는 성격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있는 그대로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친한 회사동료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 "일을 할때면 프로페셔널해서 믿음직하다" 같은 의견을 들었다.  스스로 앞으로 나서는 것을 싫어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기 어려워하고 유약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만들어온 페르소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와는 무척 다른 존재였구나 하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 아닌 내가 살아온 삶의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나의 페르소나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어쩌면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대체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어떤 것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었던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타고난 성격이 그렇지 못해 내가 되고 싶은 강단있고 똑부러진 카리스마있는 여성은 되지 못하겠지만 "부드럽고 유한 성격을 가진 친절함을 장착한 일잘하는 선배"정도의 포지셔닝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 후 내가 보여지기를 원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나의 실제 모습을 가다듬어 내가 선망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40대가 되고 나서 진짜 나는 누군지,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모두들 각자의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 내면의 나와 외면의 나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가면을 벗어야 진짜 내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내 가면의 인격인 페르소나도 어쨌든 나의 모습이고 내가 만들어가는 것일 테니까. 지금은 40대 중반, 더 나이를 들고 은퇴할 때 즈음이 되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 궁금하고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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