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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사 Jul 10. 2024

나의 꿈은 귀여운 할머니

<매일 글쓰기>

마흔살이 되고 갑자기 나이듦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은퇴 후 노년의 삶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계신는 듯한 분들이 내 주변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한동안은 막연히 두려워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를 어언 2년. 두려워하기만 하는 자신이 지겨워졌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나는 어떤 노후를 보내고 싶은 걸까?


저는 단정한 원피스가 어울리는 동글동글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아이들이 놀러오면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웅다웅 거리는 남편과도 나이를 더 먹고 나면 평온하게 함께 노년을 즐기고 싶습니다.

취미로는 서예를 즐기고 싶습니다.


귀여운 할머니의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니 저의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만주에서 태어나신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만주에서 중학교를 다니시다 (고등학교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어와 중국어, 한국어를 할 줄 아셨죠. 자식들이 모두 결혼하여 분가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종종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할머니는 매일 바쁘셨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꾸 잊어버리는게 싫으시다며 매일 아침 EBS를 틀어놓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노인대학을 다니시며 동양화를 배우시고는 종종 노인대학 동창분들과 함께 동양화 전시회를 여시기도 하셨습니다. 용돈과 생활비를 모아 2년에 한번 정도는 훌쩍 해외여행도 다니셨습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으시다며 아무에게도 여행간다고 말씀하지 않으셔서 아버지가 전화통화가 안된다고 걱정하시다가 여행을 가신것을 알게 된 후 화를 내시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그러고 보니 제 노년의 롤모델은 저희 할머니였습니다. 서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붓을 들고 난을 그리시던 할머니를 떠올려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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