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리사 제노바의 <스틸 앨리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2015년에 영화화가 되기도 했죠.
줄리앤 무어가 연기하는 앨리스는 세 남매의 엄마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존경받는 언어학 교수입니다. 중년의 커리어우먼인 앨리스는 그저 잠깐의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알츠하이머에 걸렸기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고 너무나도 기억력이 비상하고 똑똑했던 교수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본인은 점점 병이 악화되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죠. 그리고 때가 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할 거라 결심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7월 중순 건강검진을 받았던 병원에서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으니 추가검사를 해야 하는데 파업의 여파로 예약이 힘들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가장 빠른 날짜가 10월 말이라며 그때라도 괜찮으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이죠.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예약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한 후 전화를 끊고 처음 든 생각은 "암이라니 다행이네"였습니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불안이 높은 저는 60살 정도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자 평균 기대수명은 85.6세입니다. 그래서 80살까지 연명할 정도의 자산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치매나 알츠하이머 같은 병에 대한 유병률은 높아지기 마련이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를 잃게 되는 병은 제 계획에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오래 살지 않아도 되는 암이니 다행이네였나 봅니다.
전화를 끊고 찾아보니 종양표지자 검사의 민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가 검사가 필요한 거겠지요. 아직 진단이 나온 것은 아니고 민감도가 높지 않다고 하니 별 일은 아닐 것 같지만 주말 내내 "암"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는 않아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