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는 <말의 공식>
책 읽는 워킹맘
언젠가는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고,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르고, 회사는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난 후 회사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회사가 시키는 데로 이것저것 업무를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전문성 있게 한 우물만 판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해서 20년 간 허송세월을 한 것은 아닐 텐데 확실히 눈에 띄는 무언가는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20여 년의 회사 생활 중 제일 오래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인사업무인데, 현직 인사담당자라는 타이틀이 이 업계에서는 굉장히 쳐주는 경력이라고도 하고요. 나중에 회사를 나가게 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 해 초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을 할까 기웃대다가 코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커리어 코칭 또는 비즈니스 코칭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되고 나서 블로그에 "코치"로 검색했을 때 제 눈에 가장 멋져 보이는 분이 쟈스민 코치님이었습니다. 왠지 기독교적이고 뜬구름 같은 다른 블로그 글과는 달리 실천적인 방법으로 코칭을 전개해 가시는 것처럼 보여 궁금했죠.
제가 블로그를 발견하였을 때는 블로그를 통해 모집하던 코칭 수업이 끝이 나고 신규 모집은 안 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기관의 수업을 듣고 코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어 운용의 폭이 적었고, 코치 자격증을 취득한 많은 사람들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자격증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러다 헤이조이스라는 플랫폼에서 쟈스민 코치님이 코칭 수업을 연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얼리버드로 바로 신청하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비록 다른 코칭 수업을 여러 가지 들은 게 아니라 객관화할 수는 없지만, 다른 수업에 비해 응용가능한 코칭 방법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헤이조이스 플랫폼에서 3 과정을 모두 들으면 헤이조이스 플랫폼 내의 코치로 활동가능한 기회를 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헤이조이스 플랫폼의 경영상 문제인 듯 2번의 과정을 끝으로 신규 과정은 열리지 않았고, 얼마 전 오랜만에 헤이조이스 플랫폼에 들어가 보았더니 2월 이후 신규 개설된 과정도 없고 온라인 과정도 모집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하니 헤이조이스 플랫폼을 지속하지 않으려는 모양입니다. 헤이조이스를 창립하신 분은 카카오로 이직하셨다고 하고요.
마지막 수업 후 참가자들과 대면 모임에서 싱가포르에서 한국까지 쟈스민 코치님이 오시고 수업을 진행한 다른 코치님들, 참가자들과 함께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카카오에 재직하시는 분 께서 카카오로 이직할 때 쟈스민 코치님의 <말의 공식>을 읽은 후 연봉인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다고 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습니다.
책에 적힌 바에 따르면 협상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인간은 어떻게 설득당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대화에서는 덧셈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빼앗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줌으로써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상대의 입장을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입장을 더해줌으로써 대화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협상할 때 내 입장이 더 중요하니까 나부터 이야기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방법입니다. 오히려 나의 약점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위약한 접근법이기도 합니다. 상대의 입장을 경청한 뒤에 내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 늦지 않습니다. 상대가 오래 이야기하게 만들수록 제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렸으니 이제 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절대 안 돼요라고 할 수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대일로 협상하는 경우에는 질문을 통해 상대에게 그가 가진 수를 많이 보여주게 만들고 내가 말하는 순서는 최대한 뒤로 미뤄 나의 패를 밝히지 않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협상은 나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던 저에게 협상이란 단어는 어렵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쟈스민 코치님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는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보고, 아주 작은 시도로 무기력을 천천히 해결해 보라고 말합니다. 입으로 말을 내뱉기가 어려울 때 이메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까지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 오늘은 그것을 목표로 나아가보고, 그다음에는 문자 메시지, 목소리를 듣는 통화, 얼굴을 보는 면 대 면 미팅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 보라고요. 또, 평소 대화하다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극복 방안을 알아내 반복 학습해 보라고 합니다. 말에도 근육이 있으니 자주 훈련해서 그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 보라고 조언합니다.
<설득의 심리학>과 <초개인주의>를 읽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이 책은 쉽게 후루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설득의 심리학>을 읽으니 역시 고전은 고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에 나온 모든 협상의 원리는 <설득의 심리학>에 자세히 적혀있었습니다. <설득의 심리학>을 통해 설득의 원리를 이해한 후 <말의 공식>에 나온 실천적인 방법을 내 삶에 적용하면 조금은 사회생활이 수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므로 우선은 하나씩. 제일 중요한 나의 심리적 건강을 돌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이라도 실천해 봐야겠습니다. 요즘 마음이 폭풍과 같아 회사에서 상사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운데 마음을 좀 보듬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