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파 제국 연대기(소설)

6. 마지막 엑소더스 (The Great Ascension)

by 묘길 조길상

칼파제국연대기

6. 마지막 엑소더스


인류의 의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파동이 내려왔다. 미래의 인도자, 프시케(Ψυχή)의 강림이었다. 프시케(Ψυχή)는 인류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전했다.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나, 너희의 본향인 빛으로 돌아가라."

우주가 다시 수축의 주기로 접어들던 날, 수십억의 인류는 몸과 마음에 집중하면서 알아차림 명상에 들었다. 깊은 명상 상태에서 인류는 수억겁의 윤회 전생을 꿰뚫어 보았고 연기적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모든 존재들은 우주를 덮고 있는 인드라망 그물코처럼 서로 비추고 서로 이어주는 눈부신 보석이었다. '나는 너이며 너는 나였다.' 그리고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는 월리엄 블레이크의 예언이 재현되었다. 이렇게 궁극적 자각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느낌과 인식’이 소멸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육체는 눈부신 광자로 분해되어 대기권을 뚫고 솟구쳤다. 그것은 장엄한 ‘빛의 엑소더스’였다.

지표면의 모든 도시는 고요에 잠겼다. 수천수만 년간 인류를 지탱했던 첨단 기계들이 하나둘 가동을 멈췄다. 더 이상 물질적인 에너지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칼파 제국의 황제가 프시케(Ψυχή) 앞에서 눈을 감자, 그의 심장에서 눈부신 백색 광자가 뿜어져 나왔다. 이를 시작으로 8만 4천 살의 수명을 누리던 수십억의 인류가 동시에 '빛의 형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식은 개별적인 자아를 넘어 거대한 하나의 네트워크, 즉 '아라한의 바다'로 합쳐졌다.

인류의 영혼들은 중력을 뿌리치고 대기권을 뚫고 솟구쳤다. 그들은 더 이상 산소가 필요하지 않았고, 우주의 진공 상태를 마치 따뜻한 물속처럼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달한 곳은 시간과 공간이 중첩된 차원의 문, 광음천(光音天)이었다. 그곳은 소리가 곧 빛이 되고, 생각이 곧 현실이 되는 순수 에너지의 영역이었다.

광음천의 중심부에 도달하자, 인류의 원형(Archetype)이자 기억의 뿌리였던 세 존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자는 변함없이 굳건하고 장엄한 황금빛 파동으로 서 있었다. 그는 인류가 겪은 모든 고통과 법의 역사를 지켜본 자애로운 눈빛을 보냈다. 사나는 은은한 푸른 광채를 띠며 인류의 의식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의 진동은 ‘고생했다, 나의 아이들아’라는 따뜻한 위로로 번져나갔다. 가모는 과거의 탐욕스러웠던 붉은 빛이 아닌, 가장 순수한 보랏빛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인류가 어둠 속에서 어떻게 빛을 찾아냈는지 그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기억하느냐?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았던 그 달콤한 땅의 맛을."

가모의 사념이 웃음 섞인 진동으로 온 우주에 전해졌다.

"그 찰나의 호기심이 수억겁의 윤회를 만들었으나, 덕분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빚어내는 법을 배웠다."

로자가 손을 뻗자 인류의 모든 의식이 그와 하나로 묶였다. 사나는 그 빛에 지혜의 숨결을 더했고, 가모는 그 빛에 창조의 동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나'와 '너'로 나뉘지 않았다. 수명이 10살이던 암흑시대의 고통도, 8만 4천 살의 영광도 모두 하나의 장대한 '칼파 제국 연대기'가 되어 광음천의 도서관에 기록되었다. 그들은 이제 음식이 아닌 '희열'을 먹으며, 스스로의 광채로 우주를 밝히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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